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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닫히지 않는 골목 -O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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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99회 작성일 24-08-02 20:35

본문

닫히지 않는 골목

-O

=천서봉

 

 

    바람이 불지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가보았지만 너는 없다 더 이상 설레지 않았다 슬플 건 없지만 슬프지 않을 것도 없다 편평한 대지처럼, 얇고 흰 종이처럼 나는 지구 위에 놓여 새로울 것 없는 슬픔을 느낀다 부재는 평화롭고 그리고 더없이 위태롭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선 거의 모든 것을 견뎌야 하므로, 당신 없는 꽃들이 핀다 당신 없는 비가 내리고 당신 없는 계절이 바뀌고 이렇게까지 환할 필요 없는 소리들이 당신 없이 창궐한다 모든 예보에선 불명열(不明熱)이 빠져 있고 당신과 나 사이의 등고선은 이제 없다 이 정도면 슬프지 않을 것도 없지만 슬플 것도 없다 바람이 잠든 후 아무것도 잠들지 못했다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21p

 

 

   얼띤感想文

    종일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나무는 꼼짝하지 않았다 새가 날아와 앉았고 무당벌레가 날아들어도 눈 깜짝하지 않았다 개미 떼처럼 지나간 긴 행렬과 누구라도 곧 쳐서 죽일 듯한 맹어처럼 물불 가리지 않는 뼈 창으로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 어디서 기침 소리가 난다 비쩍 마른 한 사내가 이쪽으로 올려다보며 날씨 탓인지 세상 얘긴지 모를 침을 뱉고 팔베개하며 누워 있었다 그건 증식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그건 소식이었다고 몇 사람은 죽어 나가고 몇 사람은 실려 간 마당에서 거세한 비육 세력들 조난자가 구조용 밧줄을 움켜쥐고 버둥버둥 애를 쓰고 있었다 모자만 꾹 눌러쓴 쓰레기봉투가 쓰레기봉지를 들고 전봇대에 투척한 저 힘에 불시검문이라는 건 없었다 영 살아날 기미가 없는 어데 벼락이라도 맞은 듯 곧고 굳은 한 나무가 서 있었다 야아 야 정신 좀 차려 어엉, 야 야 야 와 이러노, 툭툭 귀때기 여러 번 치고 가는 환경미화원 저 우람한 손짓에 붉게 터뜨린 울음을 미처 담지 못한 아픔으로 남아 내일도 꼭 오세요. 꼭 오셔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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