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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밀 =박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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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5회 작성일 24-09-2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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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박상수

 

 

    겨울 스웨터 먼지처럼 잔잔히 부서지던 햇빛, 백엽상 주위엔 한 뼘도 못 자란 풀들이 뿌리 뽑힌 채 말라가고 있었다 얼굴이 하얀 아이들 쫓아다니다가 일기장을 찢어 풍금 바람통 속에 넣어두었다 돌 미끄럼틀 주위를 뛰어다니다 보면 자주 멍이 들었고 동물의 허파를 삶아 잘라놓은 듯 멍 자국이 둘레를 키워가는 동안 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빨아야 흘러나왔던 수돗물에 입술을 적실 땐 갑작스러운 코피처럼 내내 떠나지 않았던 녹 비린내, 곧 여행의 끝이 오리란 걸 알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라도 시솔레 음계를 외며 어린 소녀가 철골 비계를 올라갔다 텅 빈 멜로디를 따라 바람통이 종이 쪼가리들을 날려 보냈다 온실 유리를 깨뜨렸고 복도 끝에선 오래, 호루라기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낡은 풍금들이 트럭에 실려 떠나가는 꿈, 깨진 유리 밑엔 난초가 만개한 꽃을 걸어놓고 부드럽게 썩어가고 있었다.

 

 

   문학동네포에지 010 박상수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20p

 

 

   얼띤 드립 한 잔

   방문=崇烏

    차 문을 열고 포도 상자를 꺼내 들며 걸었다 아직도 햇볕이 따가운 구월, 한 손에는 휴대전화기가 있었고 역사스페셜 한글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라는 방영 프로그램을 들으며 걸었다 외국인이 너무 많아, 저기 저 걸어오는 사람도 영락없는 알라 신자잖아 다이소 옆 가게 기획사 문을 당겼다 전화를 들며 무언가 얘기하는 형님이 있었다 인사하며 자리에 앉아 전화가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카운터 바 위에는 각종 문서와 책이 놓여 있었다 칸막이로 둘러싸인 컴퓨터는 저 홀로 영상을 돌리고 예전엔 보이지 않던 냉장고를 보았다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냉장고 문 열며 맥주캔을 끄집어내더니 뚜껑을 열고 잔에다가 따른다 며칠 전 중휘가 다녀갔다며 설은 시작되었고 따뜻한 가정은 이미 이룬듯했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듯 둘째로 이어갔다 모두 바깥에 있다 세상은 예전에도 말을 듣지 않았지만, 냉전에 가까운 불안정한 상태였다 아프리카 가젤이 지나갔다 금시 태어난 새끼는 단 하루만 지나가도 사자와 대결한다 불행히 죽어 나가는 것도 들어 있지만, 증시는 증거물로 더 뚜렷하다 며칠 굶은 눈을 보면 더욱 무섭다 나는 언제나 숲이었다 =일기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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