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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풀벌레 비정규 채널 =김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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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2회 작성일 24-10-04 21:04

본문

풀벌레 비정규 채널

=김정자

 

 

    풀벌레들의 언어는

    복잡하지 않다

    명사와 동사, 또는 형용사와 부사 같은

    까다로운 법칙이 없다

 

    다만, 싫다 좋다 같은

    명료한 말들뿐이다

 

    풀벌레는 단 한 계절만 살고 풀벌레의 말들은 대부분 초록색이다 가끔 라디오를 틀 때 채널과 채널 사이에서 나는 잡음들이란 다 풀벌레의 구간을 지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얼른 이리 오라는 뜻이고

    여기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계속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말이란 대게 자신이 먹는 것들과 그 입을 닮게 되어 있지만, 풀벌레는 입 없이 몸으로 우는 것들이 많다 쓰라리다는 쓰르라미 쓰름쓰름 우는 쓰름매미 저의 울음으로 이름 지어진 것들이 많다

 

    늦여름 풀밭을 걷다 보면

    무수한 전선이 엉킹 모습처럼 풀벌레 울음이 엉켜 있다

 

 

   시작시인선 0507 김정자 시집 꽃의 속도 12-13p

 

 

   얼띤 드립 한 잔

    구름은 오늘도 시내를 거닐었네,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제일 먼저 가고 다음은 동태탕 잘 끓이는 집으로 갔었네. 동태탕 잘 끓이는 집은 주차장이 거의 인도와 맞붙어 있어 차는 두 대가량 될 수 있다네. 우리가 들어갈 땐 아무도 없었지. 솔직히 말하면 때보다는 조금 일찍 들어온 것도 사실이었어, 노인과 함께 거니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보기가 좋지 않아서 혹여나 폐나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늘 조금 앞선 시간을 우리는 택하네. 단골집이라 구름 아주머니는 우리가 앉던 자리에 물수건과 물을 내놓고 보고 있었네. 구름은 집게와 중지를 드러내 보이며 묵음으로 동태탕이요 늘 먹던 것이었으니까 구름 아주머니는 공깃밥은 따로 받습니다. 밥도 내 드릴까요. 어련히 밥 먹으러 왔으니까 밥 두 그릇 주문했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네. 물가가 장난이 아니야. 하루가 다르게 금값은 오르고 하루가 다르게 배추는 금값이었네. 쓸 배추도 없지만, 마땅히 쓸 곳도 없는 나이가 되었네. 아까 마트에서 산 자두 세 개가 오천 원이었고 토마토 3개가 5천 원이었으니까 떡 드시고 싶다 해서 떡 한 팩 집으니 5천 원 가까이 했다네 예전이면 그 값이면 한 상자나 사지 않았을까 파 마늘 기초 식자재 또한 팩당 몇천 원씩은 되어야 들 수 있다니 돈 가치 없고 주식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시대를 사니 참 힘들기 그지없는 세상이네. 구름은 동태탕을 먹으면서도 불안했네. 오늘은 살아서 움직였으니까 내일은 어쩌지 하는 생각, 뭘 어째 그냥 가는 거지 그러나 동태탕은 맛있었네. 각 두 그릇 비우고 어머니는 화장실에 모셔다드리고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나오실 때 부축하여 차까지 걸어갔네. 그사이 많은 구름이 자리에 들어와 차고앉았네. 순식간이었네. 많은 구름의 이목은 거북이처럼 걷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네. 그러나 우리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차까지 갈 수 있었다네. 고향 집 둘러보고 묘지도 둘러보고 묘지에 심어 두었던 감나무도 보고 감 몇 개 따다 작은 소쿠리에다가 담아 드렸네. 그중 한 개는 깎아드리고 우리는 다시 시내로 향했네. 아무래도 내 먼저 갈 것 같았네. 어머니는 어쩌지.

    =

    라디오를 틀 때 채널과 채널 사이에서 나는 잡음에서 TV 정규방송이 끝나면 흑백의 수많은 점이 생각나게 한다. 어떤 그림도 없고 어떤 문자도 없다. 거저 수많은 별이 모여 있는 우주처럼 그러나 우주는 소리가 없다. 큰 소리는 소리가 없다고 했든가, 大音希聲.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우리 인간은 풀벌레나 다름이 없겠다. 풀벌레의 언어는 까만 점으로 이룬 우주에 비하면 모두 초록색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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