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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흐르다 =박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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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3회 작성일 24-10-08 21:33

본문

흐르다

=박 철

 

 

    이르게 세상 떠난 친구의 상가에서

    고인의 어린 손주가 문상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

    야단을 맞고 우리 자리에 와 앉혀졌다

 

    우리 나이론 조금 빠르게 얻었다 싶은

    이 어린 손주만할 때에

    친구와 나는 이웃집에 살았다

 

    나는 한동안 옛집 골목을 떠올리다가

    살며시 아이의 손을 쥐어보며

    친구의 이름을 한번 불러보았다

 

 

   문학동네시인선 220 박 철 시집 대지의 있는 힘 014p

 

 

   얼띤 드립 한 잔

    시가 묘하게 흐른다. 이웃집과 골목 그리고 친구의 이름. 우리는 누군가의 이웃으로 살고 있으며 골목 어디든 우리는 걸어야 하며 혹은 걸어갈 것이다. 만약 내게 삶이 아직 주어져 있다면 말이다. 심지어 마트에 두부 한 모 사더라도 당장 집 앞 골목은 걸어야 하며 걷는 동안은 무엇을 생각할지 아니 어떤 생각을 하며 걷는지조차 그건 모두 골목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골목 거니는 사람이 모두 이웃이며 친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는 두부를 사러 마트에 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죽었을 것이다. 여전히 골목은 오늘도 흐르며 누군가의 친구로 혹은 누군가의 손주였을 법한 이 아무개, 마트에서 산 두부 한 모로 된장찌개를 하고 밥 한술 먹으며 시를 읽고 오늘도 아무 이상 없이 흐름을 즐겼을 뿐이다. 아직은 살아 있으니까. 누군가의 친구였던 누군가의 손주였던 아주 망각한 채 누군가의 시였던 어느 시인의 문장이었던 아무렇지 않게 나도 모르게 은연중에 떠올렸던 그 시어 하나가 그 문장 하나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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