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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길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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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2회 작성일 24-10-09 19:39

본문

쓸쓸한 길

=백 석

 

 

    거적장사 하나 산뒷녚 비탈을 오른다

    아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러간다

    아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東風이 설렌다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49p

 

 

   얼띤 드립 한 잔

    컴 앞에 앉은 쓸쓸함이 쓸쓸함을 주문한다. 그 값은 얼마인지? 내 쓸쓸함은 오천 원이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쓸쓸함은 만오천 원이었니.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 나 쓸쓸한 길에 앉아 쓸쓸함을 달래려고 거적장사 하나 산 뒤녘 비탈을 본다. 그 뒤를 따르는 글귀 하나 있었으면 하는데 산 까마귀만 울며 난다. 어그정어그정 개 짖는 소리가 있고 정구지 전 같기도 하고 오징어 전 같기도 하고 뜨물처럼 흐릿한 컴 앞에 앉아 봄바람이 이제는 불려나! 거적장사는 시신을 거적으로 대충 말아서 장사葬事 치르는 일을 뜻한다. 옛사람의 장례풍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려장이라 해서 지게에 얾어진 것도 있었으니까, 누추한 서민의 삶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죽음을 상징하며 이미 피안에 기거한 검정을 은유한다. 산 뒷녚, 산은 하나의 계파 혹은 지류다. 비탈은 상태나 정도 혹은 기울기 그러니까 상황을 파악하는 행위적 묘사다.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쓸쓸한이 두 번 쓴 것으로 그 강도를 강조하며 어찌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심적 상황까지 엿볼 수 있다. 산가마귀만 울며 난다. 산에 미친 새만 울며 날고 있다. 그 어떤 표현할 길 없이 시에 미치며 마음을 달래는 작가다.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러간다. 도둑처럼 산길을 뜯으며 나열하고 심지어 아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할 정도로 펼친 부침개로 들먹였다. 아스라치와 머루는 산비탈에 산앵두와 머루가 피어 있는 풍경을 말한다. 수리취는 산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땅버들 갯 버드나무로 버드 새 나무 어느 쪽이든 시 객체를 상징한다. 하이얀 복아직은 때 묻지 않은 시초를 상징한다. 뚜물은 뜨물이며 동풍은 역시 봄바람이지만 혁명과 같은 일상에 번쩍거리는 이변이 있었으면 한다. 그 마음으로 설레는 것만이 이 쓸쓸함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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