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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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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순절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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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4회 작성일 24-10-14 21:57

본문

나의 사순절

=전동균

 

 

    어떤 밤은

    아무리 채찍을 때려도 움직이지 않는 말

    또 어떤 밤은

    부서지는 빙판을 걸어가는 늙은 곰

    그 모습 멀뚱멀뚱 바라보는 펭귄의 짧은 날개

    새로 생긴 무덤을 보고서

    한바탕 통곡의 잔치판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눈이 떠진 어떤 밤은

    너구리 굴을 훔친 여우

    너구리를 잡으려다 여우 가죽을 얻은 사냥꾼 같은데

    내 입이 진흙으로 봉해지고

    내 눈이 철사로 꿰매져도

    생글생글 웃는 오늘밤은

    머리에 꽃을 꽂은 백치 소녀

    나풀대는 치맛자락

    흰 종아리의 핏자국

 

 

   문학동네시인선 216 전동균 시집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027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나의 사순절사순절四旬節은 부활 주일 전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 교인들은 광야에서 금식하고 시험받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살리기 위하여 단식과 속죄를 한다. 열흘 순이다. 시 주체가 시 객체를 바라보며 쓴 묘사다. 어쩌면 시가 탄생하기까지의 거리감을 표현했다고 보아도 무관하겠다. 그리고 이 시에서는 각종 동물이 등장한다. 말과 곰 펭귄 너구리 여유 저 끝에 이르면 백치 소녀가 등장한다. 모두 동물적 심성을 그려 시에 대한 감정을 일구었다. 그러한 동물적 심성을 좀 더 자세하게 떠올려본다면 말이란 중구난방으로 튀는 성질이 있다면 곰은 무게감을 실었다. 멀뚱멀뚱 펭귄을 얘기했지만 뒤똥뒤똥 걷는 것은 속일 수 없고 너는 구체로 이치를 성립한 너구리에서 여전히 우측 삶에서 조금도 못 벗은 여우의 삶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러다 입이 진흙으로 봉해지고 눈은 철사로 꿰매지기까지 한다. 진흙 역시 붉고 차지다. 철사 또한 단단하며 무엇을 엮을지 분간하기 어려운 긴 실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머리에 꽃을 꽂은 백치 소녀. 머리와 백치 소녀는 대치가 된다. 치맛자락治馬字落과 종아리種我理 그리고 핏자국皮字局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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