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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박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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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7회 작성일 24-11-11 21:03

본문

빈티지

=박세미

 

 

한 시기가 다가온다

질긴 그림자를 입고서

 

어떤 시간은 표면에 머무르고

어떤 시간은 폭발한다

 

물을 담으니

알지 못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물은 소리 없이 진동하며

 

우뚝 선 그림자를

녹인다

 

모두 마르고 나면

수상했던 시절은

깨질 것이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594 박세미 시집 오늘 사회 발코니 41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빈티지는 낡고 오래된 것으로 군데군데 패인 마음을 상징한다. 한 시가가 다가온다. 질긴 그림자를 입고서, 문장의 도치倒置. 질긴 그림자를 입고서 한 시기가 다가온다. 어떤 모질고 지독한 것에 물린 것을 생각하면 마음만 아리다. 그 시간, 그러니까 어떤 시간은 표면에 머무르고 어떤 시간은 폭발한다. 표면은 지면에 닿은 것으로 다만 티끌처럼 껄끄럽기만 하다. 폭발暴發은 속에 쌓여 있던 감정이 일시 세찬 기세로 나오는 현상이다. 도저히 못 참을 정도의 진상이었다. 물을 담는다는 것은 어떤 진리를 깨닫는 것이며 그때 진정한 얼굴로 다시 대면한다. 물은 소리가 없다. 진리는 무량무변無量無邊이며 평범하고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우뚝 선 그림자를 녹인다. 늘 따라다녔던 화상을 지울 수 있었던 것도 이 시퍼런 칼날로 닿는 시가 아니었을까! 모두 마르고 나면 수상했던 시절은 깨질 것이다. 상처를 입은 것 수상受傷이며 어느 것과 다른 모양도 수상殊狀이다. 누월재운鏤月裁雲이라는 말이 있다. 아로새길 누에 달을 놓고 마를 재에 구름을 놓아본다. 달을 아로새기고 구름을 말리는 일, 글도 세공에 대한 집착 아닌 몰입이 들어가고 솜씨나 재주가 묘하게 얽힘으로써 아름다움을 추구할 때 진정한 나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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