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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사회주의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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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52회 작성일 24-12-10 21:21

본문

나의 아름다운 사회주의

=여성민

 

 

    사랑이 끝난다 퇴근해야지, 저녁은

    흘러내린 머리카락

 

    약간의 빛처럼, 이라고 쓴다 빛이 남은 곳에 앉아

 

    빛은 어떤 노동자일까

    아침에 일하러 가고 저녁에 약해지는

 

    나의 약한 노동자여 하고 빛이 줄어든 쪽으로 돌아앉은 것이다 잘 자요 빛의 아내여 노동자의 아내에게도 담요를 흘러내린 머리카락 올려주다가

    사랑을 쓸어올리는 사람 있을 것이라고

    사랑으로 약해진 사람들 이별의 수비수들 언덕에 모여 하늘이 핏빛이라면

    빛이 언덕을 빨아올리는 것이라면

 

    빛은 피의 노동자이다

 

    그러나 언덕을 내려가는 사람 있을 것이다 캄캄한 집에 누워 부드러운 것 찾아 먹는 사람 있을 것이다

 

    힘을 빼고

    턱의 힘으로만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어서

    이별은 부드러운 노동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내 쪽으로 돌아앉으며 부드러운 노동자여 하고 불러본 것이다

 

    피의 노동자도 되고 약간 연한 노동자도 된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연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국가는 나의 부드러움을 구속할 것이다

 

   문학동네시인선 223 여성민 시집 이별의 수비수들 020-021p

 

   얼띤 드립 한 잔

    사랑은 깨어있을 때만 존재하는 유물론이다. 그러므로 눈 뜨면 사랑이 보이고 그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선다. 반면에 저녁은 언제나 흘러내린 머리카락처럼 피의 유물론이다. 약간의 빛처럼 그 빛이 남은 곳에 앉아 빛을 다듬는다. 아침에 일하러 가고 점심을 일깨우고 저녁은 석양빛 노을에 물든 바다를 그리워한다. 나의 약한 노동자는 하루가 듬뿍 묻은 도넛을 잡고 굴곡진 도로를 달리던 일을 피로 받을 뿐이다. 거기서 돌아앉은 하루를 되새김질하며 한숨을 내려놓는다. 안녕 그리운 내 친구야, 그자는 누굽니까? 조금 전까지는 가장 신뢰할만한 등신이었죠. 조금 전에 무슨 일 있었나요? 믿을 만한 친구였습니다. 그러니까 담요에 낀 먼지를 털고 몇 줄 쓰지 못한 머리카락을 염색하며 자꾸 젊어지려고 노력한다.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냐고 묻고 있지만, 간혹 얼어 죽은 사람도 있으니까 감방에 갇혀 세상 욕 다 하며 두 팔을 휘젓고 축재蓄財 아닌 축제인 양 물불 가리지 않는다. 빛은 언덕을 어루만지며 피의 회복을 꿈꾸고 드디어 캄캄한 집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힘은 역시 여기서 오는 것이 아니고 은밀히 속삭이는 농사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턱의 힘은 가라! 눈발도 가라! 이별은 언제나 마음 아프기 마련 약간의 빛을 머금고 말간 눈으로 엄마만 볼 것이다. 드르륵드르륵 재봉틀로 옷을 지어주신 방석에 커피 한 잔 내어드리듯 피봉皮封을 뜯고 구들을 놓는 일, 이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되며 오로지 방국을 치평하고 통감할 구조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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