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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사실 =전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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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25-01-04 21:22

본문

여름의 사실

=전욱진

 

 

초여름도 모자 벗고 인사를 다 했다

날마다 내가 오늘 본 가장 아름다운

나를 두고 그대라고 부르는 사람을

나 또한 그대라고 부르면서 그대의

그대가 되는 일은 이 세상의 좋은 일이고

여름 한 철로부터 결국에 위임장을 받은

그대는 수개월 뉘엿대는 마음 이제 없이

낮곁을 늘려 여러 꽃말을 수소문한다

밤이 오면 흰 비를 데워 가져다준다

그때 나는 보채지 않고 말곁도 없이

연해지는 방법을 하릴없이 배우는데

전에는 스스로 괴롭히며 얻었던 것들이다

조용히 그러모아 그대는 녹지를 조성한다

그런 다음 군데군데 새소리를 마련하고

누구나 쓸 수 있게 해놓지만

가장 작고 촘촘한 새장은 내 몫이라

한여름에 사랑이 주인 노릇을 한다

 

    창비시선 481 전욱진 시집 여름의 사실 24p

 

    얼띤 드립 한 잔

    사물과 사랑의 차이점은 뭘까? 하나의 물건과 그것을 대하는 개떼가 아닐까! 모르겠다. 이 시를 읽으며 왜 이와 같은 단어가 떠올랐는지 말이다. 여름은 여름이 아니고 모자는 모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사를 다 했다. 초여름에서 초는 옷자락(=)에 칼()이 제일 먼저 닿는 부위를 말한다. 외부 압력壓力에 의한 목숨이 간당거릴 때 그 근접상황을 묘사한다. 내가 죽기 직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그대다. 그대를 위한 내 모든 것 다 받쳤을 때 비로소 나는 완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미완성이며 오늘도 개처럼 두들겨 맞을 뿐이다. 그 일에 마음 아파하거나 상할 이유는 없다. 마음은 늘 돌처럼 굳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도모할 수가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고 스스로 괴롭히며 녹지를 형성하고 촘촘한 새장을 이루어야 한다. 사랑이 올곧게 부르짖을 수 있는 단계란 한 사물의 본질을 올곧게 파악하고 거기서 피어나는 여러 꽃말이 향기처럼 울려 퍼질 때가 아닐까! 오늘도 흰 비를 데워 이 밤을 다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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