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놀/이명윤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저녁놀/이명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9회 작성일 25-02-24 16:42

본문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0223』


녁놀/이명윤



부고 소식에 모처럼 만난 네 명이

석고상처럼 무뚝뚝 앉아 있었고

2차선 국도를 따라 하루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배고프다,

최초에 누구의 입에서 그 순결한 말이

흘러나왔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일행은 그때부터 두 시간 후면 만날

식단에 대하여 진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음식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이 별의 오래된 의식이어서

대화는 차창 밖에 걸린 검붉은 노을 같았고

식어도 휘휘 저으면 다시

눈빛이 살아나는 육개장 같았다

우리는 산처럼 들판처럼 끝없는 허기를 느꼈고

식도처럼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날 땐

룸미러에 공허하게 떠 있는 서로의 웃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였다

지루한 식욕을 끝낸 고인을 향해

불빛은 바퀴를 굴리며 정처 없이 흘러갔고

눈이 침침해질 무렵 나는 허리를 펴며

천천히 슬픔의 속도를 줄여 나갔다

그리고 하나둘

창가에 기대어 잠든 쓸쓸한 귀들에게

애피타이저 같은 음악을 한 모금씩

느리게 흘려주었다

보름달이 떠 있었고 정확히,

삼십 분 전이었다


-월간「한국산문」 2025년 1월호, 이달의 시


(시감상)


부고와 장례, 장례식장.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것이 부고장이다. 산다는 것은 죽음을 동반하는 것이라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그것이다. 아니, 안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이 묘사한 것처럼, 비유의 소재로 삼은 저녁놀과 육개장과 애피타이저 같은 음악, 그 모든 한 귀퉁이에 묻어있는 ‘고인’이라는 말의 의미가 흠결 없는 판결문 같은 생각이 든다. 여전히 배는 고프고 누군가의 장례식장은 가까워지고 더불어 삶은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밀려나기만 한다. 의식과 예식과 간 사람과 남은 사람과 저녁놀의 무게는 같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이명윤 프로필


경남 통영, 전태일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외 다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3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24 07-07
50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5-07
50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5-07
50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5-07
50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5-06
50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06
50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6
50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5-05
50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5-05
5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5-05
50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04
50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4
50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04
502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4
5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3
50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03
5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5-03
5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03
50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5-03
5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5-02
5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5-01
5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5-01
5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1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3-0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