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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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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2회 작성일 25-04-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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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닫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어


* 에로스 사랑의 심상과 자연 현상이 길항 하면서 진주 같이

  아름답기만 한 질료들이 한 폭의 햇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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