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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놋그릇/ 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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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1회 작성일 25-05-02 14:55

본문

놋그릇 - 고영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쓰던

놋그릇을 어머니로부터 받아왔다

앞으론 이 그릇에 밥을 퍼 달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늘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밥을 드시곤 했다

말미엔 밥그릇에 숭늉을 부어 드셨다

나도 아버지처럼

말없이 밥을 먹었다

숭늉을 부어 먹었다

가끔은 몸 없는 아버지가 나를 통해

밥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같은 밥그릇 속에서 부자는 늙어갔다

나는 점점 아버지의

입매를 닮아갔다

비워질수록

치렁치렁 숟가락 부딪는

소리가 났다



(시감상)


살면서 누군가를 닮아간다는 것,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좋고 나쁜 일을 비비며 아이 낳고 살다 보니 아내의 얼굴에 내가 세 들어 살고 있다. 자식은 부모의 도플갱어, 하물며 피를 나누는 일, 그것은 생명을 나누는 거룩한 사건이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밥그릇 속에서 부자가 함께 늙어가듯 가슴에 대못처럼 박힌다.


(시인프로필)


계간 문학청춘》 2025 봄호

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 출생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 『햇빛 두 개 더』 계간 문학청춘》 2025 봄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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