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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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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0회 작성일 25-05-30 11:31

본문

그녀가 처음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품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시감상)


발가락 감각이 눈보라 속으로 달아난 어느 겨울날, 내면 속에 얼어붙은 날들을 무 잘라내듯 떠나보내며 어렴풋이 봄을 기다린다. 봄날은 간다고 노래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 역설을 믿으며 봄날이 올 것을 기도처럼 믿으며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삶은 언제나 바닥이었고 그 바닥에 엎드려 배추벌레처럼 살아온 수많은 계절, 누군가의 구둣발에 짓밟혀 창자가 터져 삶의 무의미를 내장처럼 흘리다가 씹다 버린 껌처럼 껍데기가 바닥에 눌어붙어 바람에 먼지로 흩날릴 때 비로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그 순간 쇠창살 같은 겨울왕국이 눈 녹듯 사라지고 발가락 끝으로 온기가 돌았다. 봄은 그렇게 내게 왔다. 코트 주머니 속 우연히 만져진 커피캔처럼.........

 


(시인프로필)


김민정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편집자이다. 현재 문학동네의 편집자이자 출판사 난다의 대표이다. 1999년에 문예중앙에 검은 나나의 꿈 외 9편의 시가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 2002)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2009)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 2016)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2007년 제8회 박인환문학상, 2016년 제17회 현대시작품상, 2018년 제33회 이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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