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조경희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쉘부르의 우산/ 조경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6회 작성일 25-06-28 08:46

본문

쉘부르의 우산

 

                                          조경희



 

미아삼거리에서 소나기를 만났다

어디서 비를 피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

쉘부르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너무 주유소 앞 우산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비를 맞고 있다

한쪽 다리를 저는 청년이 다가가 우산이 되어준다

강물같이 흐르는 시간의 버스를 타고

기억 너머 흑백의 시간으로 거슬러 흐르다 보면

쉘부르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서 있고

젖은 내 어깨를 감싸며

우산을 받쳐주던,

사랑을 노래하던 쉘부르의 우산은

언제부턴가 슬픈 이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쉘부르의 우산은

비를 맞으며

어둡고 차가운 시간 속으로 멀어져간다

버스는 정체되어 교차로에 멈춰서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 한 켠 젖은 추억의 영상을 떠올리듯

차창 밖 내리는 비의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서 차는 다시 속력을 내고

빗길을 달려간다

비 내리는 쉘부르의 통기타 가수는

목소리를 잃은 지 이미 오래이고

늙은 디제이도 세상을 떠나버렸다

팔아야 할 추억의 한 페이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우산장수 마저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쉘부르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

잃어버린 우산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 없다

내리는 비를 향해 버스가 달리면 달릴수록

쉘부르는 점점 멀어져 가고

한 여자가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홀로 걸어가고 있다



(시해설)


[詩 감상] 양 현 근

오래 전에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프랑스 뮤지컬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우산가게의 딸과 자동차 정비공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늘 애틋하고 가슴 아린 추억이다. 어긋난 인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처럼 오랜 여운으로 남는 게 있을까. 어쩌면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인연의 속성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실패가 주는 쓴 경험인지도 모른다. 청춘의 한 모퉁이에서 소나기를 피하다가 불현듯 마주친 흑백필름 속의 첫사랑이 삶의 모퉁이를 서성이고 있다.



(시감상)


흔히 인생을 두고 드라마나 영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 역시 어느 날, 우산도 없이 쉘부르의 어느 극장 앞에서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극장 간판의 사연을 온몸으로 읽은 적이 있다. 눈 감으면 금세 쉘부르의 어느 해안가로 떠밀려 내가 서 있다. 수평선 너머 하늘에는 지나간 수많은 날들이 군청색으로 펄럭인다. 내 속살을 파 먹은 벌레들이 살갗을 뚫고 기어 나온다. 추억은 내 혈관에 새긴 문신 같은 것. 물살에 두꺼비집 하나 허물어져 사라진다.  조류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물돌이 시간, 들물이 포말처럼 인다.



(시인프로필)


[시인] 조 경 희

충북 음성 출생

2007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등단

시마을동인

시집『푸른 눈썹의 서(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3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24 07-07
50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5-06
50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5-06
50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5-06
50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5-05
50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5-05
5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5
50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5-04
50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4
502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5-04
502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04
5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3
50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03
5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03
5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03
50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5-03
501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02
5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5-01
5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1
5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01
5010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26
5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4-26
5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26
5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4-23
500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3
50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4-22
5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4-21
5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4-21
500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4-18
5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4-17
50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4-16
49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4-16
49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15
49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4-11
4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4-11
4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 04-10
4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4-10
49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4-10
499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4-10
4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4-09
49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4-09
4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4-08
4988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4-07
4987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3-27
4986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 03-21
4985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3-15
4984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3-08
4983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6 03-02
4982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2-20
4981
담배/장승규 댓글+ 2
조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2-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