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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오소 /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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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51회 작성일 25-08-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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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 박경희

 

나가 구십 하고도 거시기 두살인가 세살인가 헌디도 까막눈 아녀젓가락을 요로코롬 놔도 뭔 자인지 모른당께그냥 작대기여 헌디할멈이 서울에 있는 병원에 수술받는다고 병달이 놈 손 잡고 올라갔잖여병달이가 무신 일 있으믄 편지 쓰라고 봉투에다가 주소는 적어두고 갔는디나가 글씨가 뭔지 오치게 알어기냥 알았어,라고만 했지그때는 산 넘어가야 전화가 있을랑 말랑 혔어 암만,

 

어찌어찌 보름이 지났는디 이 할멈이 오지를 않는겨저짝에서 소쩍새가 소쩌럭 소쩌 여러날 우는디 환장허겄데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어찌 사나 몰러그나저나 수술받다 죽었으믄 연락이라도 올 텐디 꿩 궈 먹은 소식이더라고,

 

병달이가 써준 봉투 생각이 나서 종이 꺼내놓고 뭐라 쓰야겄는디뭐라 쓰야 헐지 몰라서 고민허다가 에라 모르겄다허고는 소 다섯마리 그려 보냈당께근디 할멈이 용케 알아보고 열흘 만에 왔더만나가 글씨보단 그림에 소질이 있는 걸 그때 알았당께

 

박경희 시집 미나리아재비』 (창비, 2024)

 

 

[감상]

 

구십 두 살 혹은 세 살 정도 잡수신 할아버지의 말을 받아쓴구수한 사투리가 정감 넘치는 시다내용인즉할머니가 병달이(아마 아들쯤 되어 보인다손을 잡고 서울에 있는 병원에 수술받으러 가는데 무슨 일 있으면 편지 쓰라고 주소를 적은 봉투를 남겨 놓았다 한다산 하나 넘어야 전화가 있을랑 말랑 하였다니요즘 흔한 휴대폰은 고사하고 집 전화 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 일로 추정된다암튼 문제는 보름이 지나도소쩍새가 여러 날 울어도집에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할아버지행간 사이로 툇마루에 앉아 온종일 멍하니 서울 쪽 하늘만 바라봤을 풍경이 스친다그러다 문득 편지 봉투가 생각났을 할아버지까막눈인 당신이 골몰하다 할머니에게 그려 보낸 그림이 소 다섯 마리란다여기서 다시 시의 제목을 읽어보니 오소다섯 마리 소이 그림 보거들랑 오소많이 걱정되고 많이 보고 싶으니 빨리 집에 오소그리고 할머니가 그 뜻을 용케 알아보고 열흘 만에 집에 왔다고 한다여기까지가 시의 표면적 내용이다중국 촉한의 재상인 제갈량 빰 치는 놀랍고 탁월한 기지다시가 가진 진정성을 의심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티키타카가 유쾌하다그러나 나는 시를 읽고 현실의 세계에서 생각한다만약 할아버지에게 그런 놀라운 기지가 없어 그냥 소 한 마리만 그려 보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할아버지 당신 얼굴을 그려 보내거나혹은 외로운 집과 마당의 풍경을 그려 보냈으면솔직히 나는 그것이 어떤 그림이던 할머니가 집으로 왔을 거라고 믿는다아직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도 고집스럽게 뿌리치고 허둥지둥 짐을 싼 뒤 서둘러 병원을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못 배우고 가진 것 없어도 소 울음처럼 선하고 순박해서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우리 할머니들에게 소는집은할아버지는 그런 존재였으니까. (이명윤)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그림 몹시 궁금해지네예, 오소^^! 부럽기도 하고 그림 잘 그리는 분요.....작소 잠깐 뇌 충전하다 갑니다. 건강하시구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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