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 /장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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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장승규
황혼녁
길가에 갓 쓴 독버섯 하나-
노을에 비친 내 그림자
살수록 언뜻언뜻
내 안에 더 독한 생각이 돋는다
독버섯은
독을 더할수록 더 화려해진다
버섯대는 내 그림자만큼 길어진다
그저 입 밖으로 새어나가기만 해도
세상이 저주할 이 맹독-
어쩔 수 없어
그냥 헛웃음으로 덮어둔다
내안에 돋는 이 독한 생각-
그림자처럼
끝내 떼어낼 수 없는
나의 한쪽
「독버섯」 시 감상문 /정해권
얼마 전 단톡방에서 장승규 시인의 「독버섯」을 한번 읽어보고는 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쳤다.
화려하지도, 제재(題材)가 특별히 관심을 끄는 시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시가 문득 문득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것은 아마도 이 시가 지닌 꾸밈없는 솔직함, 그리고 작가 스스로의 내면을 감추지 않으려는 냉철한 자기응시의 정직함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는 대개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을 심미적 언어로 미화하여 일상을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정서에 도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독버섯」은 그와 반대로 작가 자신의 내면에 돋아난 ‘독’을 숨기거나 정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이 시가 남기는 여운은 솔직히 감동이라기보다 불편함에 가깝고, 바로 그 점이 독자에게 맹독처럼 앙금을 남긴다.
시인은 황혼녘 길가에서 갓을 멋있게 쓴 독버섯 하나를 발견한다.
노을에 길게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와 나란히 놓인 이 독버섯은 황혼의 나이에 접어든,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자화상처럼 읽힌다.
독버섯이 독할수록 더 화려하듯이, 화자 또한 살아올수록 더 독한 생각이 내면에서 돋아남을 고백한다.
그 독은 단순한 악의나 분노라기보다, 입 밖으로 새어나오기만 해도 세상이 저주할 만큼 위험한 생각이다.
그래서 화자는 차마 그것을 말을 하지 못하고, 다만 헛웃음으로 덮어둔다. 이 대목에서 독은 이미 절제되고 통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끝내 말해질 수 없기에 더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다.
독버섯의 버섯대가 그림자만큼 길어지듯, 화자의 내면에서 자라는 독 또한 시간과 함께 길어진다.
그것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며, 결국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나의 한쪽’이 된다.
우리는 흔히 삶을 살아가는데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한 마음'은 세상의 경쟁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각오이자 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가 말하는 독은 그러한 자기합리화의 언어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을 단련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이기도 하다. 화려한 독버섯이 아름다움인 동시에 경고인 것처럼 말이다.
시의 마지막 고백은 곤혹스럽다.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독한 생각이 그의 한쪽임을 자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이 독한 마음 위에서 영위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극복의 서사가 아니라, 인정과 자각의 서사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연약해지는 심신의 반증처럼, 독한 생각은 삶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이 시는 끝내 제거할 수 없는 내면의 독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조건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렇기에 「독버섯」은 하나의 무언의 아포리즘으로 독자에게 남는다.
나답게, 멋지게, 그리고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무욕의 상태라기보다, 내 안의 독을 자각한 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는, 바로 그 불편한 질문을 끝내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5. 12. 17 벤모어가든에서)
댓글목록
崇烏님의 댓글
말하자면 '고집'이지요, 쓸쓸하고 고독하고 어쩌면 외로움 그 자체, home. 누가 추신에 '나방'이라고 적었던 어떤 외국인처럼 그러고 보니까 그 얘, '산초' 였습니다. 말없이 ...이해가 됩니다. 말없이 혼자 지탱하고 견디어 낼려고 하니까 더 힘이 듭니다. 이 악물고 시 앞에서 사람이 안 보이는 현장에서 묵묵 참아 달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고 혼자 종결의 미도 갖추고 싶은 욕망까지 남아 있으니 이건 그냥 욕심일 듯합니다. 좋은 감상문 밤늦게 잘 감상하고 가네요, 밤늦게라는 단어를 쓰다가 맙듯게 치는 이런 아무튼 한글, 참 조으다. 이래나 저래나 시적 여운은 어디라도 흔하니 말입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