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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와 오리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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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2회 작성일 25-12-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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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와 오리 / 정용화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막 지나는데

때아닌 오리 한 마리를 만났다

어쩌다가 이곳을 서성이고 있는지

뒤뚱뒤뚱 걷고 있는 오리 한 마리

속도에 길들여지지 않은 순진무구한 몸에서

잔잔한 호수가 풀려 나온다

오리 한 마리가 고속도로를 호수로 만들어 놓았다

날개의 힘 만으로 허공을 날아가는 새들도

수시로 모양을 바꾸는 구름도

하늘을 슬쩍 끌어당기던 바람도

호수가 되는 풍경에 협력하고 있다

끌고 왔던 길들이 수면 속으로 잠겨 든다

달리던 차들이 오리 하나 어쩌지 못해

물결 위에 둥실둥실 떠다닌다

무모함은 때로 혼란을 가져온다

긁은 눈송이들이 겨울을 설명하고

흰 단어들을 물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커다란 입을 가지고도 설명할 수 없는

단어들을 물고 오리가 호수를 끌고 걷고 있다

누군가의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란

저 걸음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그 뒤를 겨울이 느리게 따라간다

오리 한 마리로도 고속도로는 호수가 된다


* 정용화 시집 <서투른 다정>에서


* 하도 재밌어서 충치의 아픔도 잠시 잊었네,

  인생의 즐거움이 이렇게도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하니 더욱 즐거운 인생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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