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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입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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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6-04-09 19:19

본문

어떤 입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송재학

 

 

    누에 암나방은 다섯 번째 탈피를 마치면 알을 낳은 뒤 입이 퇴화되어 점차 먹지 못해 죽는다 누에 암나방은 태어날 때 이미 눈이 없다

 

    문학과지성 시인선-618 송재학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 10p

 

    얼띤 드립 한 잔

    시는 교감이다. 서로 접촉하여 따라서 움직이는 어떤 감정에 대한 표현이다. 만약 이 시를 읽지 않았다면 그대와 난 누에 일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볼 수 없는 처지는 마찬가지고 그러므로 눈이 없다. 누에를 한자어로 대신한다면 잠이다. 마치 잠을 자는 듯 꿈속 어떤 환영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에를 시어로서의 느낌은 흰색과 동물적 감각을 지닌 꿈틀거림이다. 그 동물적 근거로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것은 彼此一般이다. 고독을 표현하든 고독을 죽이든 삶을 대변한다. 다섯 번째 탈피는 오령五齡이다. 숫자 오는 세 번째 소수素數1과 자신 말고는 나눌 수 없는 숫자다. 물론 여러 번이라는 뜻도 함축적으로 내재한다. 여러 번이든 함께 나눌 수 없는 탈피의 과정이든 그 어떤 알을 생산하기도 했을 터 그러고 나면 입은 죽을 것이다. 소처럼 반추反芻 즉 되뇜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누에 암나방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흰색이든 푸른색이든 실을 뽑고 있으니까 동물적 감각을 충분히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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