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인형, 페이퍼 타운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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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 페이퍼 타운
=서안나
꽃이 고장 났다
허공을 수리했다
나를 너무 오래 사용했다
낡은 종이 인형을 구기면 군인들이 온다
종이를 구기면 왜 종이의 마음이 보일까
이데올로기는 영혼이 발전하지 않는다
나는 구겨진다
내 몸에도 금이 가 있다
눈을 감으면 버스가 북극으로 떠났다
정치인들은 자신만 빼고 다 부정했다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해도 내 심장은 뛰지 않는다
손과 발을 지워도 보랏빛 뱀은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
감은 눈으로 교양을
다 쓰고 왔다
교양 있는 자들의 예의범절은
종이 인형처럼 자주 죽는다
계엄령이었다
밤사이에 머리가 희게 세었다
한쪽 눈을 다친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했다
누군가 내 팔을 지웠다
내 다리는 정치색이 짙다
구겨진 내 몸에 눈동자를 진하게 그려 넣었다
금이 간 곳마다 눈동자가 반짝였다
—계간 《포지션》 2025 겨울호
얼띤 드립 한 잔
꽃이 고장 났다. 꽃은 무엇일까? 종자식물의 번식기관, 어떤 열매를 맺기 위한 초기진행단계쯤으로 우선 본다. 허공? 텅 빈, 하나의 공간으로 무엇을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장소다. 그 장소를 수리했다. 나를 너무 오래 사용했다. 지친다. 낡은 종이 인형을 구기면 군인들이 온다. 여기 종이 인형과 뒤에 나오는 종이는 대조적對照的이다. 종이 인형은 종이의 인형이다. 군인은 놈 자者로 글 자字까지 확대 치환해서 본다. 종이 인형은 종이가 갖고 놀기 위한 하나의 장난감이다. 이데올로기는 영혼이 발전하지 않는다. 사실 관념이나 신조 따위가 틀에 박혀 있다면 영적인 자율성은 보장되지 않으며 시적 발상에는 한계다. 나는 구겨지고 내 몸에도 금이 가 있다. 조금 전 종이를 구기면 왜 종이의 마음이 보일까 하는 문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니까 나와 종이는 동격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눈을 감으면 버스가 북극으로 떠났다. 버스와 택시가 다른 점은 하나는 정해진 노선이 있다는 것과 여럿이 묶어 태울 수 있다는 것, 그 길의 방향은 물론 독자며 독자가 위치한 그곳은 북극이다. 위를 향한 그 북쪽은 늘 찬 바람만 불고 나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조금이라도 싹 틀 수 있는 그런 환경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만 빼고 다 부정했다. 그렇다.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잣대를 들이미는 독자, 이 글을 읽고 있는 필자까지 어쩌면 정치인 개념으로 보아야 할 일, 그러나 이 시를 읽는 방식에서 나는 틀릴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잠시 잠깐의 고독을 삭히는 일이므로 시는 나에게는 대화다.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해도 내 심장은 뛰지 않는다. 세금은 무엇을 상징했을까? 세금은 강제성强制性이자 의무감義務感이 주어진다. 마음을 지키는 쪽과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쪽 이에 옮겨가는 마음에서 다른 마음마저 보수하거나 심는 일까지 담당할 수 있는 재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역시 버스는 북극을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손과 발을 지워도 보랏빛 뱀은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 마음의 손과 마음의 발이다. 축약이며 보랏빛은 여기를 바라보는(여기 보라) 하나의 번뜩이는 눈빛, 뱀은 동물적인 근성을 은유한 것으로 본다. 감은 눈으로 교양을 다 쓰고 왔다. 시는 하나의 가르침을 제공한다. 여기까지 온 필자도 이 많은 자를 몰고 나열했으니까, 공부다. 교양이다. 종이 인형처럼 자주 죽는다. 계엄령이다. 종이가 보았을 때 제대로 된 종인 인형을 만나는 일은 참 드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한다. 그러므로 계엄령이다. 일정한 문법과 구조 시의 비유와 상징 같은 것을 꽉 물고 있으므로 말이다. 밤사이에 머리가 희게 세었다. 다 튀긴 통닭은 도살장에 끊어놓은 그 닭대가리의 상황을 모른다. 한쪽 눈을 다친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했다. 사람 역시 자다. 군인이 정격이라면 사람은 이에 반한다. 누군가 내 팔을 지우고 내 다리는 정치색이 짙다. 여기 누군가는 이 시를 읽는 불특정 다수를 지목한다. 눈동자, 이는 감은 눈과 대조적對照的이며 가치관마저 다른, 이 시에서 말한 강한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지닌 어떤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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