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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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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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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26-05-02 18:18

본문

=연우

 


    민법상 군대는 병원과 민가를 공격할 수 없다 기사를 읽은 날부터 뱃속의 공습경보가 울린다 나는 방에서 눈을 뜬다

    책상에 놓인 유리컵 저건 반투명한 장기일까? 깨끗하게 씻겨진 누군가의 몸 안에 달아 줘야 하는……파란 까마귀와 헬기가 창문을 긁고간다

    나는 민가일까?

    내 피부는 지붕이 될 수 있을까 두개골은 방공호의 천장일까

    무거운 섬광

    징조와 직전의 틈새에 엎드린다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는다 징조가 미래를 찌른다 숲에는 숲이 없고 연기가 된 나무들만 있는

    직전은 말없이 통과된다 중요한 것을 서랍 안에서 잃어버렸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튀어나온 사투리가 하필 이 나라의 말이 아니게 느껴지듯 오해받기 딱 좋게

    가방을 챙긴다

    접시는 깨져버릴 것이다 양손으로 수프 접시를 받쳐 핥아먹는 상상 깃털은 불이 되고 사람은 무엇과 지낼 수 있지? 모래와 얼음으로 만든 방에서 눈을 뜬다 사람은 무엇이 될 수 있지?

    왜 무거운 순서대로 떠내려갈까? 떠내려가면 안 되는 것들까지

    깨지기 직전의 몸

    가방을 뒤집는다 꿈에서 집어온 플래시 하나 빛을 쏘아도 바닥은 없다 벽이 얇아지고 내 몸이 벽이고 피부가 떨린다

    가상의 날들이 맥락을 가지고 지속된다면 그것은 현실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이름을 부르면 나보다 더 미래로 가 있던 친구들 벽 뒤에 숨어 나오지 않는다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 잎이 없다 기척이 있다 내가 있다

    이미 언젠가 봤던 장면

    한 아이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광장과 텐트가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지만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흰 깃발

    몸만 남는다 깨진 파편들을 쥐고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꿈속에서 꺼내오기 위해

 

    월간 현대문학 20264월호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가상의 공간과 현실과 싸움, 민법상 군대는 병원과 민가를 공격할 수 없다. 물론 이는 현실에서 적용되는 법으로 하나의 진술이다. 하지만, 가상의 공간에서는 공격할 수도 있고 통째로 빼가거나 개조 혹은 뒤엎을 수 있는 존재다. 시적 자아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있으며 마치 군대처럼 잘 짜인 조직의 한 일원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떤 방에서 눈을 뜬다는 얘기는 곧 현실을 탈피하고픈 심정이며 유리컵처럼 딱딱하고 투명한 굳은 체계에 환멸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 체계에 한 일원으로 적응하는 의지와 함께 다른 한 편은 맞서 싸우는 정신적 고통까지 느낄 수 있다. 파란 까마귀? 까마귀는 까맣다. 파란은 어떤 율동적인 표현과 더불어 까만 것과는 대조적으로 동물적 심성까지 곁들인다. 헬기? 기계적이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어떤 물체인 것을 보면 까마귀와 같은 속성을 지녔지만 견고한 것으로 보면 더욱 죽음에 가까운 개체임에는 분명하다. 피부와 두개골이 지면을 상징한다면 지붕과 방공호는 친화적인 면()과 뚫을 수 없는 얼 그곳의 깊이()를 상징한다. 더 나가 백곰이 기거하는 북극을 지향하겠다. 징조와 직전에서 구름과 비를 연상하였다면 어떤 사건 하나가 실마리를 찾아가기 위한 여행의 시작일 것이다. 숲이 나무보다 조금 큰 개념으로 본다면 위안의 출발선이자 가로등처럼 신호를 알리는 하나의 지축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가방을 챙기는 행위와 깨져버릴 것 같은 접시에서 마치 수프를 핥아먹는 상상으로 모래와 얼음을 분간하는 시적 자아만이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소재가 무엇이든지 간에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물질 아니, 존재감을 심는 그 순서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감옥에 갇히고 나서야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그러니까 지면을 지붕으로 삼는 일이다. 평온과 안정은 사회적 지위와 도덕과는 무관하며 타인의 시선이라는 무게감까지 내려놓게 만드는 다소 불편한 순서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망에 플래시는 터지고 터뜨린 빛은 바닥에 쏟고 그럴수록 벽은 더욱 얇아지는 꼴, 그 벽이 얇을수록 피부는 벗겨지고 죽음은 더욱 가까워진다는 사실, 야 기수야 너 오늘 노니? 아니, 쉬는 것 같아서. 분명한 건 가상의 날은 쉴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벽 뒤에 숨어 나오지 않는 입김과 일렬로 죽 널어 선 나무 그리고 분명 그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이파리는 없어 혼돈의 시간만 계속된다. 기척? 기척과 투척의 차이는 하나는 버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던진 것이다. 여기서는 기척으로 버릴 기. 물론 알람 같은 것도 떠올릴 수도 있다. ‘이름을 부르면 나보다 더 미래로 가 있던 친구에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최소한 버림받았거나 버려진 것이기에 기척이며 그곳에 내가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탈피한 장면을 떠올리며 광장과 텐트만 있다는 사실까지 그러니까 목적지는 분명한데 그 목적지에 이르는 자가 없는 이 아이러니한 고통에서 오늘도 흰 깃발처럼 백지를 긁고 있는 몸만 남는다. 현실을 부정한 파편과 군대처럼 잘 짜인 세계를 동경하며 오로지 치료의 대상인 병원과 극도로 예민한 민가는 서랍 속에다가 내버려 두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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