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통(宗統) -이발의 경우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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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통(宗統) 이발의 경우
=한우진
달빛이 잔에 찼다. 김계휘 송별연이 벌어지는 자리였다. 젖은 달빛이 어른거리자 경함(景涵)이 계함(季涵)을 윽박질렀다. 방숙(方叔)따위에게서 왜 떨어지지 않느냐고 심의겸을 깠다. 정철이 아무렴 그대 외숙만 하겠느냐고 이발을 세게 긁었다. 달빛이 잔에서 쏟아졌다. 경함의 둘째 외숙의 나쁜 소문은 골목마다 흘러넘쳤다. 아뿔싸! 계함이 종통을 건드린 것이다. 이발이 벌떡 일어나 정철의 수염을 낚아챘다. 손에 터럭을 쥔 채 그는 아우 이길과 달빛을 걷어차며 돌아갔다. (찢어)발길 달빛! 기축년 (己丑年)에 이발이 정여립과 주고받은 서신이 나왔다. 한패로 몰렸다. 눈이 세차게 쏟아졌다. 매서운 바람이 그의 장살(杖殺)을 거들었다. (수염이 뜯겼던)정철과 왕은 그의 노모, 어린 아들까지도 압슬(壓膝)로 해치웠다. 기제사가 있는 달에 그의 후손들은 고기를 다지면서, 칼질을 하면서 증철, 증철. 쌓이는 눈 속에서 철! 철! 철!
《웹진 시산맥》 2025년 가을호 신작시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제는 ‘종통宗統’ 부제는 ‘이발의 경우’다. 역사의 한 단편을 소재로 한 시다. 시의 내용은 선조 때 일어난 기축옥사의 발단이 보인다. 시제가 종통이라 그 관점으로 본다면 선조의 처지를 먼저 알아야겠다. 선조는 조선 14대 국왕으로 조선 최초 방계 출신의 왕이었다. 그만큼 왕위 계승에 정통성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해 정치에 있었어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므로 선조는 종가 맏아들의 혈통이 아니라는 점, 그것은 종통을 부정하는 일로 시는 시작한다. 달빛이 잔에 찼다. 내용상 잔에 찬 것은 술이다. 뒤 문장을 보면 김계휘의 송별연도 있는 자리라 술과 유일무이한 달을 끌어다 쓴 것은 왕의 입김도 분명 있을 법한 내용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함景涵은 이발의 또 다른 이름 즉 자字며 계함季涵은 정철의 자字다. 이발은 본관이 광산이며 윤의중의 사위로 당색은 동인이었다. 그러니까 고산 윤선도가 조카가 된다. 정철은 서인의 당수로 본관은 연일로 이이, 성혼 등과 교유하였다. 방숙方叔 따위에게서 왜 떨어지지 않느냐고 심의겸을 깠다. 방숙方叔은 당쟁의 시초인 서인 심의겸의 자字다. 이에 반해 정철이 논한 이발의 외숙(윤의중)은 동인의 수장임에는 분명하다. 달빛이 잔에서 쏟아졌다. 이미 동인과 서인의 갈등은 전개되었고 여기서 각종 뜬소문과 상소, 상소가 날조라며 주장하기까지 이른다. 여기에 계함季涵 정철은 종통을 건드린다. 왕의 심기를 흩트렸을 것이다. 이로 인해서 기축옥사의 서막은 붉었고 서인의 수장 정철은 옥사의 최고 정점에 서서 동인의 많은 선비를 죽였다. 사실, 선조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당쟁을 이용했을 것이며 또한 조선은 문인사회라 선비가 많아 여러 분쟁이 끊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기축옥사는 힘의 분산과 균형을 적절히 이용한 한 사건이었다. 광산 이씨 후손들은 기제사가 있는 달에 고기를 칼로 다질 때 증철, 증철 쌓이는 눈 속에서 철 철 철하며 다진다.
結, 이 시가 전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의 종통은 무엇인가다. 찢어 발길 달빛! 달빛은 찢을 수 있으랴! 유일무이한 종통, 자字의 죽임과 논리의 결연함 상소와 날조 속에서도 굳건히 명을 보존할 수 있는 시, 증철에서 증철證鐵 철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철哲 철喆 철徹 모두 밝고 맑은 깔끔함, 어디를 보더라도 통하며 강한 그 무엇 완벽함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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