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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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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6-05-05 11:05

본문

입관

=마경덕

 

 

하얀 보에 덮여 누워있는 어머니

둥근 베개 하나가 무거운 잠을 받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젊은 염습사는

보 밑으로 손을 넣어 익숙하게 몸을 닦았다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로

미처 살아보지 못한 생의 끝자락을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을 갈무리하여 먼 길을 떠나보냈을까

저 숙련된 손길은 어느 날, 떨어져나간 단추를 주워 제자리에 달듯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것

하얀 종이로 싸늘한 몸을 감싸는 동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살아온 족적이 다 찍힐 것 같은 순백의 백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속옷이었다

자식들이 사준 속옷은 장롱에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입던 어머니

며느리에게 퍼붓던 불같은 성깔도 다 시들어

몇 장의 종이에 차곡차곡 담기는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부르며 딸인 듯 목이 메었다

습신을 신은 발, 앙상한 손을 감싼 악수幄手

꼭 쥐어보았다. 이 작은 손이

밥상을 밀치고 내 가슴을 후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막내시누이는 꺽꺽 짐승처럼 울고

나는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당신이 손수 장만한 치자 빛 수의를 입고

허리띠를 나비리본처럼 단정히 묶은 어머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다 마치었다

지긋지긋한 암 덩어리는 곱게 포장되어 입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간 문학사계2012년 봄호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어머니 죽음 앞에 눈물 흘리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아버님 가신지도 어언 오 년이 지난다. 가뜩이나 팍팍한 삶에 아버님 어머님 모두 잃고 나니 삶은 더욱 막막한 듯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고아가 따로 있을까 싶다. ·여름·가을·겨울 오십 해나 겪었으면 지겨운 생 아니던가! 모르겠다. 시 읽다가 이렇게 찹찹한 마음 얹어가는 것도 생소하다만 무겁기 한량없어 그렇다. 있었다. 닦았다. 앉았다. 이었다. 젖었다. 메었다. 보았다. 않았다. 울었다. 마치었다. 딱딱 끊는 평서형 종결 어미 는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무겁게 한다. 이 시에서 더욱 가슴 내려앉는 부분이 있다면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미운 정 고운 정 그간 얼마나 끈끈했을까! 장례지도사의 손길과 자식들이 보살펴 준 애잔한 물품과 밥상을 밀칠 만큼 가슴 아팠던 시인 그리고 꺽꺽 짐승처럼 울었던 시누이와 이 모두를 바라보고 누운 어머니와의 관계는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대립이다. 시는 무거운 잠이다. 하얀 종이로 싼 침묵이지만 나비처럼 묶은 치자 빛 수의는 시인이면 희망 사항이다. 무거운 잠에서 숙련된 손길을 떠나 단으로 묶은 저 푸성귀 같은 시, 그 단추를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 속옷처럼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꺼내 꿰며 다졌던 손길과 밥상을 밀칠 정도로 내 가슴을 판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과 끝내 마치지 못한 시 한 편에 정말이지 짐승처럼 꺽꺽 울어야 했던 그 순간까지 생각한다면 입관은 지긋지긋하다 못해 암 덩어리 하나 떼어내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염습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도 죽음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생을 장롱 같은 마을에다가 처박아 놓는 이 악수는 언제쯤 끊을까! 구질구질한 골목길에 비는 내리고 이러다가도 내일이면 또 맑아 나는 공기를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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