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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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이병률
샀는지 얻었는지
남루한 사내가 들고 있던 도시락을
공원 의자 한쪽에 무심히 내려놓고는
가까이 있는 휴지통을 뒤져 신문지를 꺼낸다
신문지를 펴놓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도시락을 엎더니
음식 쏟은 신문지를 잘 접어 보퉁이에 챙기며 저녁 하늘을 올려다본다
행복을 바라지 않겠다는 것일까
빨래를 개고 있는지
옷감을 만지고 있는지
그녀는 옷을 쥐고 재봉틀 앞에 앉아 있다
눈이 내리는 창밖을 보는 것 같았다
만지던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무릎 위에 올려놓고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는 바늘로 생손가락을 찌른다
십일월 하늘에다 행복을 꿰매겠다는 것일까
어느 날 길이 나오듯 사랑이 왔다
어떤 사랑이 떠날 때와는 다르게
아무 소리 내지 않고 피가 돌았다
하나 저울은 사랑을 받치지 못했다
무엇이 묶어야 할 것이고 무엇이 풀어야 할 것인지를 모르며 지반이 약해졌다
새 길을 받고도 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사랑을 절벽에다 힘껏 던졌다
공중에 행복을 매달겠다는 것이었을까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문지, 2013)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취미는 말할 것도 없고 본업 또한 경제적으로 나에게 위안을 준 적은 없었다. 여태껏 지나온 삶을 생각하면 하루가 고민 아니었던 적 없고 눈 뜬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많았던 생이었다. 시를 읽으면 시인의 고민이 보이고 그 고민은 나에게도 미치니 내 삶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그래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구나! 하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 시는 모두 세 단락으로 이루었다. 첫 번째 단락은 남루한 사내가 도시락을 신문지에다 엎어버리고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생을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남루한 사내는 자를 상징한다. 너절한 글귀 따위가 뭔 대수라고 그렇게 고민했을까! 도시락이란 시어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시인에게는 한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소재며 밑그림이다. 평생 먹고 살겠다고 손기술 하나 익히는 것도 애타며 고통스럽다. 그 기술 끊을까, 고민해 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삶은 또 진행형이다. 시 두 번째 단락은 빨래를 개고 있고 옷감을 만지는 여자가 있다. 그러다가도 바늘로 생 손가락 찌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도 여자는 그녀는 자를 상징한다. 빨래와 옷감 그리고 재봉틀은 그립고도 그리운 나의 일감이자 그 일의 결과물이자 수정과 퇴고의 과정이다. 젓가락 같은 십일월은 너와 나 동등한 처지로 바라보는 이상향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에 머문다. 시 세 번째 단락은 사랑이 왔고 그 사랑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생을 북돋지만 하나 저울은 미치지 못한다. 마음은 또 무겁기가 그지없다. 이걸 묶어야 하나 풀어야 하나 아니 또 버리기에는 아깝고 에라 던져버리고 마는 시인, 그 길 절벽이다. 모든 걸 공중에다가 맡겨본다. 이미 떠난 사랑 아니 덤으로 받쳐 들고 올지도 모를 사랑 내 삶은 또 시작이다. 삶은 도전이다. 그래, 저 절벽을 바라보며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야말로 죽음도 불사한 독전이야말로 진정한 삶이 있지 않을까! 그래 인제 그만 읽고, 지나온 곡선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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