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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 까마귀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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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05-08 23:18

본문

루저 까마귀

=최금진

 

 

우리가 누군 줄 알아

도둑도 거지도 아닌

졸지에 까마귀가 되어버린 심정이 어떤 줄 알아

무엇이든 움켜쥐고 싶었으나 다 놓치고

그저 아침부터 재수 없이 짖어대는

세상 잡것이 된 사연

우리는 거리에서 날아온 시커먼 부고장

썩은 고기 냄새

마귀, 까마귀

까옥 까옥, 지옥을 응시하는 기분으로

겨울 추위 속에 앉아 몸을 웅크릴 때마다

살아있으나 죄짓는 기분이 어떤 줄 알아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주워 가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는

시청 주변 상가로 모여드는

떨거지들, 행려병자들, 패배자들

우리가 누군 줄 알아

우리는 하늘과 땅을 떠도는 도둑과 거지의 신

멋과 낭만이 흐르는 세상 어디에서나

카악 퉤, 재수가 없는

마귀, 까마귀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8월호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루저는 loser로 패배자, 패자, 멍청이로 물론 한자로 변용해도 가령 묶을 루부터 다락이나 눈물까지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는 쌓거나 밑을 뜻하는 한자까지 생각해본다. 여기서 루저 까마귀는 한마디로 검정을 상징한다. 어쩌면 검정처럼 순수의 결정체 아무런 색이 들어가 있지 않은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오로지 주어진 일만 하는 공무원 같은 단어가 언뜻 떠오른다. 뒤에 시청 주변 상가로 모여드는 그 무엇을 언급했으니까, 물론 작가가 어떤 감정으로 이 시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실상도 여간 배경을 깐 것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시측 처지로 보면 도둑도 거지도 아닌 오로지 까마귀일 뿐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 짖는다는 것이 오히려 잡것인 양 쳐다본다면 일할 맛은 나지 않는다. 현실이든 지면이든 마찬가지 얘기지만, 지면상 졸지와 까마귀, 아침, 재수, 부고장 같은 단어를 유심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처한 배경을 읽지 않더라도 지면과 지상과의 맥을 짚는 것도 시 읽기에 한 방법이니까, 까옥과 지옥도 참 재밌다. 이나 옥, 과 옥까지 물론 까와 지는 자에 상응해서 본다. 겨울 추위 속에 앉아 몸을 웅크릴 때마다 살아 있으나 죄짓는 기분이 어떤 줄 알아? 놈 자든 글 자든 죽여야 사니까 역시 죄는 죄다. 마음이 아프다. 시청 주변 상가로 모여드는 떨거지들, 행려병자들, 패배자들. 물론 현실적 얘기지만 지면의 상황까지 마치 떨거지가 된 기분 행려병자로 이 시 한 수에 현실 피폐에 잠깐이나마 간호를 받거나 또 이 시를 깨뜨리고 있으니까 패배北 아니라 패배자敗配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하늘과 땅을 떠도는 도둑과 거지의 신, 재수가 없는 마귀 까마귀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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