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그 불합리함에 대하여/ 박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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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5.11)
모순, 그 불합리함에 대하여/ 박미림
납작하게 누른 인생의 축소판을 한 움큼 거머쥔 남자가 전단지 붙어 있던 자리에 풀칠하고 있다 사람 구함 선불 가능 숙식 제공 월 보수 기백만 원, 불경기에 기백만 원씩 버는 일자리가 있다니 세상 참 요지경 속이다 기백만 원 돈 버는 일자리 마다하고 전봇대에 기백만 원 짜리 직업 홍보 하는 남자의 찰나가 궁상맞게 너덜거리는 전단지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는다. 서럽다는 것 뒤에는 왜 매번 슬픔이 그림자처럼 따라오는지 무성한 쓸쓸함이 깨진 경계석 구석으로 모여든다. 음습한 곳에도 바람은 찾아드는 법,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먼지를 날려 보내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한바탕 웃어젖힌다 의미 없는 웃음 뒤로 멀미가 쏟아진다. 비겁하게 숨은 열등감만 안간힘을 쓰며 여명의 방향을 향해 억지로 숨을 헐떡헐떡, 째려보든 말든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시감상)
어쩌면 세상은 불합리의 연속인지 모른다. 불합리가 존재하기에 합리적이라는 말이 더 부각 되는 것이 세상 이치인지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한 편의 시를 읽으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해 보게 된다. 알쏭달쏭하고 묘한 일을 요지경이라고 한다. 전단을 붙이는 남자와 그걸 읽는 시인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한 폭의 요지경을 본다. 세상은 정확히 절반이다. 전단을 붙이는 사람과 그걸 읽는 사람. 시인은 국외자다. 갑자기 멀미가 쏟아진다. 아마 봄의 강렬한 햇살 때문인 듯하다. 얼마 전 겨울이었는데 봄이다. 겨우내 입었던 패딩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판단이 어렵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미림프로필)
중봉문학상, 김우종 문학상. 서하 임춘 문학상 대상 외 다수 수상, 김포문협 고문, 시집(애기봉 연가) 외 다수 출간

박미림 시인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형님 잘 계시지요....위 시 문장에서 기백만원=> 혹시 이백만원 아닌가요. 오타 아닌가 싶어 문자넣어요.
기백만원 여러 번 반복되니까 그렇게 읽히기도 하고 아무튼, 건강하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