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펄린 =신명옥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트램펄린
=신명옥
바람이 햇살로 하프 줄을 튕긴다
물개구름 위로 뛰어오른 풍선은 누구의 맨발일까
새 악보를 펼치는 싱그러운 아침에게
오늘의 노래는 몇 박자입니까
오늘의 머플러는 무슨 색깔입니까
길 위의 돌멩이가 중얼거린다
하늘에 떠 있는 쿠션은 붙박이가 아니랍니다
날마다 돋는 깃털을 시간의 발자국이라 부르지요
정오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해바라기 고개가 기울어지면 건너편으로 자리를 바꾸는 그늘
담쟁이덩굴이 담장을 넘어가고 일과를 마친 그림자가 건물 뒤로 돌아간 뒤
저녁이 허공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딴다
붉은 공작새가 긴 꼬리를 끌고 능선 너머로 날아가면
텅 빈 포구로 반짝이는 은어 떼가 몰려올 것이다
해거름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밀물이 들기 전 구름 아래 벗어 놓은 신발을 찾아야 한다
시집 『팔월의 도서관』 2026.4
신명옥 군산 출생, 강릉에서 성장. 강릉교육대학과 상명여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해저 스크린』 『팔월의 도서관』.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제로 사용한 ‘트램펄린’은 스프링이 달린 사각형 또는 육각형 모양의 매트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공중회전 따위를 하는 체조 경기. 또는 그 경기에 쓰는 기구다. 탄력적이면서도 탄탄한 입술 혹은 톡톡 터지는 보랏빛 봄에 포도와 같은 마음을 상징한다. 바람이 햇살로 하프 줄 당긴다. 바람은 희망 한 줄기며 햇살은 그 희망의 대상 하프 물론 악기지만 지상과 지면 그 경계를 상징한다. 그 사이 탱탱 조개만이 당길 수 있는 마음 그것은 전봇대에 옹기종기 앉은 참새라 해도 좋을 듯싶다. 물개구름 위 뛰어오른 풍선은 누구의 맨발일까? 물개구름은 안개다. 여기서는 자연적인 상황이 아님을 먼저 언급한다. 물의 상징과 뜯는 개와 거기서 피어오르는 구름 그 위로 뛰어오른 풍선은 시적 객체의 마음이다. 악보와 아침은 악보惡步에 나쁜 소식과 같은 악보惡報와 나 아我에 지침指針으로 닿는 은유다. 박자는 음악적 표현인 거 같아도 넓을 박博에 글 자字로 닿으며 머플러는 소음기로 시 객체가 갖는 소리를 은유한다. 길 위 돌멩이가 중얼거린다. 하늘 떠 있는 쿠션은 붙박이가 아니랍니다. 날마다 돋는 깃털을 시간의 발자국이라 부르지요. 아침 눈 뜨면 세상은 온갖 가진 색을 다 드러내고 있다. 치타라 해서 영혼이 없을까! 가젤이라 해서 영혼이 없을까! 그들은 그들의 영역 아래서 최선을 다한다. 아프리카 더 넓은 지역, 달리고 달리는 쫓기고 쫓는 그 과정만 있다. 달리고 달리다가 쫓기고 쫓다가 목숨이 끊어질 때 한목숨 끊을 때 그 숨은 번뜩이는 빛과 희열에 가깝다. 순간의 찰나와 또 다른 세계에 닿는 바이올린 그 현을 당긴다. 늘 돌멩이를 대하는 맛과 얼룩의 발자국은 하루의 생명을 부지하듯 치열한 달리기에 불과하다. 세상 모든 이치는 돌멩이이므로 그것을 깨뜨리는 자만 하루의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거처럼 정오는 분주하다. 분주하다는 말은 자아를 바로잡아가는 과정이다. 해바라기 고개가 기울어지면 건너편으로 자리를 바꾸는 그늘, 표현이 참 멋지다. 해바라기는 식물계로 건너편 자리를 옮기는 그늘과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이쪽과 저쪽 피안과 차안의 경계다. 담쟁이덩굴이 담장을 넘어가고 일과를 마친 그림자가 건물 뒤로 돌아간 뒤 저녁이 허공에서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딴다. 그러니까 일과를 마치고 시를 읽고 그 성찰을 일기에다가 적는다는 말이다. 담장은 화장한다는 뜻도 있어 그림자와 겹치기도 한다. 그러니까 담쟁이덩굴이라는 식물계에서 담장으로 그것은 일과의 그림자로 겹쳤다가 딱딱하고 견고한 건물 뒤, 자리 잡은 사과에 이른다. 붉은 공작새가 긴 꼬리를 끌고 능선 너머로 날아가면 텅 빈 포구로 반짝이는 은어 떼가 몰려올 것이다. 공작새는 동물계로 시인의 마음을 반영한 거라면 능선은 하나의 기준이다. 텅 빈 포구가 백지의 낱장을 은어는 역시 어를 상징한다. 해거름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밀물이 들기 전 구름 아래 벗어 놓은 신발을 찾아야 한다. 마음은 얼른 바다로 내보내야 하기에 급급하고 신발은 새로움에 다진 그 꿈의 실체 즉 만루의 구자욱이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