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지 않는 마음 -편지 3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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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지 않는 마음 -편지 3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 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 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나희덕 시집,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비, 1994)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 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반통의 물』 등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거기는 눈을 맞고 여기는 얼었습니다 옆에 있지만 볼 수 없듯이 세상 떠들썩하게 했던 교수형에 참담을 금치 못합니다 촌에 버려둔 집은 낡아 무너지고 서까래를 이쑤시개로 사용하시겠다던 아버지는 대들보만 남겨놓고 입원하십니다 어머니는 아득한 물보라에 간헐적으로 의식을 잃었지요 모반은 원칙보다 더욱 정갈해서 옥빛에 든 고무신을 신고 걸었습니다 몸이 여위어지고 퀭한 두 눈에 구름만 떠갑니다 편지란 마음의 분산이 마음의 고요를 향해 어깨 위 윗옷을 걸치는 일 사람은 늘 여린 마음만 봅니다 어쩔 줄 몰라 몽따고 되묻고 딴청 피우다가 담배만 짓이기는 몸이 지척거림을 봅니다 그때마다 무서워도 피자는 시켜서 먹었던 그 여린 손길 머지않아 꼭 안아 줄 거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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