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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허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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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6-05-13 22:40

본문

4의 물고기

=허은희

 

 

뜻밖의 나와 뜻밖의 당신이 결합합니다

 

우리의 결합은 결함끼리의 접촉이라서

 

스치고 닿을 때마다 만져지는 옹이가 있습니다

옹이들 앞에서 우리는 머뭇거립니다

 

단꿈에서 깨어나 서로의 안을 살핍니다

 

내가 처음 본 당신의 얼룩

당신이 처음 본 나의 얼룩

 

한 번도 꺼내 보인 적 없는 그것은

언제라도 흘러내릴 준비가 되어있었나 봅니다

 

나와 당신의 뜻밖은

서로의 눈을 감기는 재주에 능했다는 것

 

감긴 눈은 서로에게

가늠하지 못할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눈 먼 우리의 결합은

숨겨진 암호를 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계간 시와 사상2026 봄호

   허은희 1966년 인천에서 출생. 2003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등단. 시집 열한 번째 밤』『손톱이 자라는 속도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정오와 밤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십니다

    우리의 잔은 공생끼리의 나눔이라서

 

    부딪고 때릴 때마다 들려오는 두 발이 있습니다

 

    두 발을 머금고 잠시 천장에

    깜빡거리는 전등을 켭니다

 

    단 방에서는 웅성웅성 사람들이

    들끓고 전등만 봅니다

 

    정오가 햇볕에 그을린 냄비에 물을 담고

    밤은 그을린 냄비에 라면을 넣었나 봅니다

 

    한 젓가락도 들어 올리거나 내치지 못한 그것은

    앞접시에다가 한 젓가락만 놓고 맙니다

 

    정오와 밤은 나란히 앉아 물 위

    한가롭게 떠가는 묵비에 웃습니다

 

    술이 뭔 대수겠습니까

 

    안주를 가만히 입속에 넣어주는 눈먼 손과

    저 멀리 빠져나간 침묵에 소주만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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