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를 맡겨 봐, 느낌표로 만들어 줄게 =성향숙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쉼표를 맡겨 봐, 느낌표로 만들어 줄게
=성향숙
쉼표를 생각하면 사무실에 의자가 사라진다
갔다가 쓸쓸히 돌아나온다
그 후엔
푸른 하늘이 보이지 붉은 단풍이 살랑이지
구름처럼 슬프지만 너를 보고 웃는 꽃들
의자의 뒤집힘
주위는 너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동자만 있어
마라톤 도중에 뛰기를 포기하는 것 같은
죽음의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돌발적 반환점이라 해두자
연못가에 앉아 한숨 푹푹 쉬는 일
해변에서 모래알 세는 일
꽃을 보며 헤어진 애인을 생각하는 일
의자의 진실 같은 건 생각하지 말자
전망 좋은 유리창 때문에 카페에 가는 건 아니잖아
저마다 다른 이유를 말할 때
너의 쉼표를 생각해 봐
연못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연못의 말을 들을 수 있지
모래알을 세다 보면 해변의 언어도 들을 수 있을 거야
애인이 떠난 이유도 깨달음으로 오지
그 쉼표 맡겨 봐
그다음에 오는 건 느낌표야
계간 《청색종이》 2026 봄호
성향숙 1959년 경기 화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시와반시》신인상 당선. 시집『엄마, 엄마들』『염소가 아니어서 다행이야』『무중력에서 할 수 있는 일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를 읽고 있으면 바르게 앉아 있더라도 왠지 바르지 않은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르지 않음에서 바르게 돌려놓기 위한 일, 일과가 잘 됐든 못 됐든 치유는 필요하기에 시를 읽는다. 여기서 쉼표는 완벽한 문장을 상징한다. 맡겨 봐, 맡긴다는 말 돌보거나 보살피는 쪽 책임을 진다는 뜻, 어떤 한 기준에 서겠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까 표준이다. 쉼표에서 쉼은 여러 방언을 갖는다. 수염이란 뜻도 있고 헤엄이나 숨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수염으로 놓고 검정을 상징한 것으로 보며 읽는 게 낫다. 표는 말 그대로 표준標準의 표標로 물론 시인께서 사용한 쉼표는 그런 의미로 쓰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쉼표를 생각하면 사무실에 의자가 사라진다. 여기서 의자는 사람이 걸터앉는 기구지만, 끝에 자라는 글자에서 자를 상징하겠다며 생각하며 읽는다. 그러면 이 시는 대충 풀이가 된다. 푸른 하늘이 보이고 붉은 단풍이 살랑이고 구름처럼 슬프지만 너를 보고 웃는 꽃들은 활짝 피어 있다. 여기서 꽃은 완벽한 문장으로 뒤에 나오는 연못가나 해변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더 나가 ‘마라톤 뛰기를 포기하는 것 같은 죽음의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이 문장은 시 인식의 부족에서 나온 묘사며 시 이해를 위한 돌발적 반환을 모색하는 시인의 의도까지 잘 볼 수 있다. 연못가나 해변 그리고 꽃은 모두 완벽한 세계를 상징한다. 헤어진 애인은 이미 쓰기에는 아까운 글들이며 전망 좋은 유리창은 맑고 깨끗한 시 문장을 은유한 거라면 카페는 검정의 상징이다. 그렇다. 연못에 오래 앉아 있으면 연못의 말을 들을 수가 있다. 애인이 떠난 이유도 깨닫는다. 글이 잘되고 못되고 하는 상황은 글로 치유함이요 그 치유의 한 방법은 시인이 말한 쉼표, 그 기준을 보며 곰곰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