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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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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네모난 죽음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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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6-05-15 19:54

본문

모난 죽음

=허 연

 

 

도둑이 들었던

네모난 창으로

해체 중인 발전소가 보인다

 

아직 철거 안 된 네모난 벽들이

비석처럼 서 있고

나는 천천히 걸어나가

믹스커피를 마시며 어떤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늘

사람을 네모 안에 넣으려는 습성이 있어서

나도 지나간 모든 죽음을 네모 안에 넣는다

무조건 넣는다

죽음은 네모 안에서 잊혀져 간다

 

이런 노래가 있었다

책상도 네모 명함도 네모

버스도 네모 태극기도 네모

그러고 보니 모두 네모다

결국 죽음도

네모 안으로 들어가 네모가 된다

 

집에 돌아와

멍하니 밖을 보다

네모난 창틀에 내 친구의 죽음을 맞춘다

그는 엊그제 죽었다

 

함께 둑방길에서 구구단을 외웠던 친구는

네모난 액자에서 웃고 있었다

 

가끔

하늘의 크기를 재 보지만

그 역시

네모일 뿐이다

 

나는 죽지 않기로 했다

 

죽음이 동그랬으면 좋겠다

 

 

포엠피플2026 여름호

허연 1966년 서울 출생. 1991현대시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나쁜 소년이 서 있다』『내가 원하는 천사』『오십미터』『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시선집밤에 생긴 상처.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죽음이 있고 난 후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주는 어떤 모양일까? 그 경계라는 것이 있을까? 도둑이든 비석이든 문장은 동그라미였으면 하는 바람은 너무 과하다. 동그라미는 맞거나 옳음을 표시하는 기호다. 네모라는 말,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나는 모가 많다. 깎아도 매일 자라는 모, 뭐든지 제멋대로인 모, 어느 한 가지에 사무칠 정도로 그리운 모까지 늘 동그랗지가 않아서 부딪고 멈췄다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는 일상이다. 그럴 때면은 가끔 네모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네모는 발전이 없다. 아침은 샤워하면서 밤새 자란 수염을 면도로 밀고 또 떨어져 있는 주식을 보면서 라면을 끓이는 점심은 여전히 있다. 믹스커피는 예전에 너무 많이 마셔 오로지 드립만 치고 깔린 게 죽음뿐이라 뒤적거리며 하루를 열고 명함이랄 것도 없는 낯짝에 아직도 망하지 않은 카페는 여전히 동그라미처럼 오늘도 돌아간다. 그래서 난 동그라미인가! 죽음의 저쪽에서 나지막하게 올려다보는 하늘 바라보면서 우울과 참담과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혼란 속에서 여전히 어린 양만 있다. 그래도 도둑처럼 네모난 창으로 돌아가는 발전소를 볼 때면 언젠가는 내 우주 끝에서 활짝 핀 전등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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