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고래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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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고래
=강영은
4천만 년을 네 발로 땅을 걸었다는 고래 화석이 오쿠카헤(Ocucaje)* 사막에서 발견되었다.
뜨거운 모래벌판을 지나던 커다란 몸뚱어리가 언제, 어떻게, 물속으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래의 발자국이 나를 모래밭으로 이끈다.
엄마와 함께 갔던 그 모래밭에는 네 발로 걷던 내 발자국이 들어 있고 해류에 휩쓸린 모래언덕엔 그날의 갯바위가 남아 있는데
출렁이는 물살에 드러눕던 어머니, 하늘로 돌아간 발자국은 디딘 깊이가 다르다.
기원이 같은 죽음이 가만히 내 속으로 와 모래알을 굴리는 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하늘에도 발자국을 묻어둔 사막이 있는 걸까?
터벅터벅 걸어가는 고래 발자국, 젖을 물리는 포유동물의 별자리가 눈동자 속으로 툭 굴러 떨어진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걸을 거야, 울타리 없는 사막, 내 마음의 폐허에 어미 고래의 숨이 가만히 발자국을 눌러 새긴다.
그리움은 어디서나 단단하게 굳은 족적을 남긴다.
*페루의 사막 지명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사막 고래에서 사막은 인간이 살 수 없는 모래 벌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외 베끼거나 본뜸 혹은 묘사, 여기서 시인이 말하는 그리움의 한 장막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그러니까 사막沙漠이 아닌 사막寫幕으로 사막寫幕을 위한 사막沙漠 위장술인 셈이다. 4천만 년, 그만큼 오랫동안 깨지 않은 상황을 시간상으로 묘사한다. 사천만 년, 사막, 그리고 사해를 지나 사과를 놓으며 사전에 없는 사랑으로 마음을 다듬는 일, 잠시 잠깐이지만 오쿠카헤, 오고 가는 골목처럼 말이다. 소리은유다. 고래 화석은 고래의 화석, 고래의 발자국은 시 객체로 鶴首苦待하는 그 ‘고’라기보다는 深思熟考의 그 ‘고’가 맞겠다. 모래밭은 사전死前으로 죽기 전 삶을 대변하며 사전沙田으로 수많은 어휘가 난무하는 사전辭典까지 인도한다. 엄마는 나를 만들고 일깨워 준 시 객체로 언제나 어렵고 힘들어도 나를 아끼며 보살펴 준 글의 힘을 느낄 수가 있다. 기원이 같은 죽음이 가만히 내 속으로 와 모래알을 굴리는 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그렇다. 세상은 어둠만 있는 것도 아니니, 가끔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빛을 보는 것도 좋은 일, 별빛이 따로 있을까 터벅터벅 타박타박 걷는 네 마음의 발자국, 젖을 물리듯 동그란 눈동자를 낳으며 굴러 가보는 일 詩 아침은 늘 새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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