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습니까 =문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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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습니까
=문지아
까무룩, 까무룩
숨들이 하나씩 죽어간다
탕, 탕, 탕
매끄럽던 몸이 칼날에 토막 나고
그 안에서 덜 자란 의미가 기어 나온다
죽음이 임박할수록 생의 절규는 절박해지고
마디마디 숨들이 판결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움츠러든다
모든 것이 서서히 멈춰가고
피가 흐르지 않아도 차분히 죽어가는 것들
죽는 방법을 이미 알게 된 나
세계는 여전히 둥글게 돌아가고
하늘의 연극은 끝나며
검은 장막이 천천히 내려온다
두려움의 면적이 넓어지며
내장은 항의하고 심장은 박자를 멈춘다
나는 점점 독립적으로 변해가고
모든 것이 나였다는 증명은
꿈틀대는 조각들로 남아 있다
놀이터의 빈 그네가
속절없이 흔들려 오는 밤
카르마를 짊어진 사람들이
여름밤을 깊게 지나간다
시집 『당신의 울음을 필사하는 하얀 밤』 2025.11
문지아 1973년 제주 출생. 연세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2023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당신의 울음을 필사하는 하얀 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따그닥, 따그닥 숫자가 점점 불어난다. 딱, 딱, 딱 곡선을 따라 파란 눈동자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빈칸은 순식간에 검은손 바뀜이 수시로 일어난다. 천당과 지옥이 내세가 아니라 저 모니터 안에서 판가름 나고 있었다. 한낱 숫자에 불과한 판은 사람의 죽음도 불러들였다. 모든 것이 끝나갈 때쯤 오늘은 또 얼마나 털었을까? 총 칼 하나 없이 일개 개인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깡마른 시장에서 자본은 휘발유처럼 부드러운 데다가 바퀴보다도 더 둥글며 엔진만큼이나 더 뜨겁다. 허공은 애초 새 발의 피, 눈치껏 찌르고 눈치껏 발뺌하다가 탈탈 빈손으로 나가떨어지는 꿈의 동산, 장막에 드리워진 검은 얼굴의 쇼맨십 톡톡 지급한 삶의 조각들 무시하기에는 침묵은 너무나 컸다.
자본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 이재명 대통령께서 내세운 대선공약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따른 주가지수 오천 달성 세계 5강 안착은 이미 목표치보다 훨씬 뛰어넘은 성과를 올렸다. 무려 8천이라는 숫자를 한 번 찍음과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상승은 동학 개미뿐만 아니라 서학 개미조차 이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의 매혹을 안겼다. 하지만 하루 변동 폭이 제한적인 우리 시장조차 역대 볼 수 없는 변동 폭은 깡통계좌 역시 많다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은 호황인데 실물경제는 더 위축된 이 아이러니한 현 경제 사정이다. 주식은 올라도 실물은 여전하고 주식이 내려가면 사람의 움직임은 더 없는 게 서민의 삶이다. 그렇다. 세계는 둥글다. 하늘의 연극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그 끝난 극이 비극이 아니라 희극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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