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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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
=이기성
나는요, 좀 어려운 시를 좋아해요. 슬픈 사랑이나 이별에 대한 시 말고, 그냥 누군가 사라진 자리에 작은 화분이 놓이고 거기서 파란 풀이 자란다는 그런 시 말이에요. 아무도 모르게 풀이 흔들리고 지나가던 이가 문득 여기 화분이 있었네, 벌써 작은 풀이 돋아났구나, 하고는 바삐 걸어가는 그런 시, 그런데 시 속에는 당신이 없네요. 당신은 언제 왔다 갔는지, 식당 앞에 놓인 빈 의자에 앉아서 빈 화분을 보면 꿈속처럼 햇빛 아른거려 언젠가 풀이라도 돋아날 듯한 시. 그런 시를 좋아하면 안 될까요?
계간 《포지션》 2025 겨울호
이기성 1966년 서울 출생. 1998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불쑥 내민 손』 『채식주의자의 식탁』 『동물의 자서전』 『감자의 멜랑콜리』 등.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어제요 동네 아는 형님이 참치 회 한 접시 사 들고 왔지 뭐요 우리는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얘기하며 살점 하나씩 낚으며 얘기를 나눴어요 형은 아버지가 이복동생에게 보기 드문 마음을 건넸다며 못마땅히 하고 어떻게 하면 아버지 마음을 가져올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어요 살점 한 점 마름 김 위에다가 살포시 얹어 봅니다 그리고 얘기했지요 아버지께 자주 찾아 가보세요, 거저 얼굴만 비춰도 아실 것이고 못 보시는가 해도 연줄은 서로 엉켜 있으니 일단 자주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얘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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