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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 =백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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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회 작성일 26-05-23 10:40

본문

여승

=백 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 어늬 산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가자취=참취나물. 금덤판=금전金店. 주로 수공업적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섶벌=나무섶에 집을 틀고 항상 나가서 다니는 벌. 설게=‘서럽게의 평북 방언. 머리오리=머리카락

 

   정본 백석 시집 52p 문학동네

   백 석 본명 백기행白夔行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오산고보와 일본의 아오야마학원을 졸업하고 조선일보 출판부에서 근무했다.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1936년 시집 사슴을 간행했다. 해방 후 고향에 머물다 1995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언제나 읽어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 자의 이동을 본다. 현세에서 지면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한 여인의 삶의 경과를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시제가 여승인 만큼 세상 초월한 한 여인이 있었다. 우리는 그 시를 읽고 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가지취는 참취나물로 일종의 들풀로 서민을 상징한다. 서민은 가난하기 짝이 없고 마피아(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쓸쓸한 낯이 녯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쭈글쭈글한 늙음과 세월이 묻어난 지면이라면 불경은 깨달음의 세계다. 낯은 그렇게 채움의 과정을 걷는다. 평안도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금광촌의 옛말 금덤판 마치 깨뜨릴 수 없는 어떤 한정판처럼 부가적인 설명은 필요가 없고 옥수수 흰색과 알 알 구체를 상징한 말로 이를 수식한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따리다 때리다의 방언이자 녯말, 삶에 대한 절망과 냉혹한 슬픔을 자에다가 묻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식물계 나무라면 그 나무를 하겠다고 간 지아비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십 년은 사거리 열 십에 혼돈과 무질서에 대한 마음을 상징한다. 지아비라는 말도 참 좋다. 종이 지에 나 아에 아닐 비거나 견줄 에 두어도 무관하다.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도라지꽃은 흰색과 순수를 상징한다면 돌무덤은 영원과 시의 고체성을 대변한다. 죽음에 대해 애틋함과 상실감에 허무함까지 묻어난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돌무덤이 피안이라면 산꿩은 차안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한 동물적 심성을 그렸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머리오리, 머리카락의 평북 방언으로 자의 가늘고 긴 검정을 상징했다면 마당귀 위 눈물방울은 삶의 모든 인연을 끊고 완벽한 세계에 몰입한 그 흔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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