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화요일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멀고 먼 화요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54회 작성일 26-02-25 09:00

본문

​멀고 먼 화요일 




그녀의 행동은 늘 사답고 명랑하다. 25명 정도의 늙은 학생들을 쥐락펴락 하며 통솔하고 언제나 긍정적이다. 일흔도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명쾌하고 말투도 여고생처럼 상냥하다. 분명히 저건 타고난 성격일거야 하고 나는 지레짐작을 해서 가능하면 점잖게 그녀를 대한다. 강의 시간에도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바람에 담당 천자문 교수가 천정을 쳐다보며 당황해 하는 눈빛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래도 담당 교수의 10여 년의 애제자라니 그녀를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된다.


그녀가 화회 유씨이니 학생들은 모두 그녀를 유총무라 부른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대학내의 여러 과가 있는데 소학, 주역, 명심보감 등의 학과에서 5년여를 돌고 돌면서 공부를 해 왔기에 대학내의 모든 과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우리과 총무뿐만 아니라 심지어 명심보감과에서까지 총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총무전문직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시골 노인들이 무얼 맡아서 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억지춘향으로 맡아서 하는 셈인 것이었다.



그제는 설명절을 지나 첫 개강일이라 찰떡을 준비하고 선생님과 세찬을 한다는 전언이 카톡을 타고 아침부터 호령을 했다. 좀 일찍 나오라는 것이었다. 문을 밀고 들어간 교실에는 뜨끈한 떡이 준비 되어 있었고 김이 나는 녹차 한 잔씩이 책상마다 올려져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건강하세요! 하며 세시 인사가 풍요로왔고 유총무는 몸과 마음이 바빠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 모두가 그녀의 아이디어니 그져 참여하는 학생들은 흥감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고 만학도들의 얼굴에는 자애로운 기쁨들이 그윽하였다. 강의 내내 웃음들이 얼굴에 피어 올랐고 어려운 천자문 해역에도 순풍이 불듯 금은 맑은 물에서 나고 옥은 곤령산에서 나느니라 하면서 우렁찬 합창도 길게 이어졌다. 이 모두가 유총무의 덕이리라 생각하며 은근한 시선을 보낸다.


지난 세밑에는 종강식이 큰 한식당에서 있었고 뒷풀이로 유총무와 주역에 능한 도 선생과 셋이서 카페에 들렀다, 할 얘기를 창고 속에서 가득히 숨기고들 있었던 건지 앉자마자 누구랄 것도 없이 세상물정과 난상잡설을 이어가는데 늙으면 모든 양기가 입으로만 쏠린다더니 과연 1시간이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세 시간이 되면서 누구 하나 질세라 오후가 어둑할 때까지 했던 얘기가 리바이벌이 되고 나중에는 항로를 잃은 난파선이 되어 오리무중의 늪에서 겨우 일어섰다. 그런데 그 많은 기억도 없는 화제들중에 그래도 옛사랑처럼 어렴픗이 기억이 남는 것은 유총무의 삶의 행적이었다. 워낙 에이아이 같은 입에서 속사포처럼 쏟아낸 이야기라 가지런히 정리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손에 잡히어 더듬어 보고자 한다.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이력을 왕조실록처럼 드라마처럼 풀어내어 다소 혼선이 있긴 하지만 슬픈 말로인 건지 해피엔딩인 건지는 독자들의 몫일성 싶다.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딸 아들 다 출가를 시키고 드디어 나도 자유의 몸이 되었구나 하고 안도의 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른 날에 날벼락처럼 목석 같은 남편이 심근 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러다 몇 달을 시름시름 하더니 그 놈의 혈관이 어디가 또 막혔는지 반신불수가 되어 아내가 삼시 수발을 들고 결국은 침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노오란 하늘에 번개가 치고 아수라의 세월이 시작된 것이었다. 아이들 다 보내고 이제는 둘만의 안개꽃 같은 여생을 보내고자 다짐했건만 그야말로 안개 속 같은 인생이 황무지처럼 놓여 있었다. 꿈 같이 설계했던 버킷리스트도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세월이 벌써 10여 년이 흘렀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냥함과 명랑함이 상징처럼 꼬리처럼 따라다니던 그녀가 그런 삶의 궤적을 안고 살고 있었다니 도저히 상상이 안 되었던차라 학교에 가면 유심히 그녀를 본다. 일부러라도 지난한 자기의 삶을극복하고 고통의 삶을 이겨내려는 그녀의 노력이 가상해서 봄을 재촉하는 찬바람이 쓰리다. 투박하지만 순수한 그녀의 태도가 곱다. 늘 퇴화 되어 가는 나의 열정을 톡톡 일깨워 주는 그녀를 만나는 화요일이 길다. 너무 먼 화요일이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詩人`隨筆家님!!!
 "계보몽"任의 隨筆을 探讀하며,"유"總務의 人生事도..
 "멀고`먼 火曜日"이란 말씀에,或시 老人들의 明倫大學일듯..
 "水原`鄕校"에도,"明倫大學"이 있어서.. 本人도,예前에 修了를..
 "柳"총무의 人生事가,우리삶의 旅程인.."계보몽"任!늘,康寧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박사님 건강하시죠?
예 맞습니다 지역향교에서 운영하는 유림대학이랍니다
2년째 다니는데 유총무라는 분이 어찌나 헌신적이고 봉사적인지
늘 존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답니다

가정의 변고에도 굴하지 않고 밝게 사시는 모습에 늘 감동을 받고 있지요
이곳 날씨는 아침부터 눈이 올 듯 흐립니다

찾아 주시어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안박사님!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쩌면 유총무를 보러 강의를 가는지도 모르지요 ㅎㅎ
꼭 하는 행동이 여고생 같아요 ㅎ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착실한 학생인 유총무를 만나러 가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초록별ys님!

Total 1,859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859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4-26
1858 nayooun524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20
1857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4-15
1856 nayooun524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15
1855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4-08
1854 소울언약sou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02
185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3-29
1852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3-17
1851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3-17
1850 탱크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3-17
1849
돌아온 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3-17
1848
진눈깨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3-16
18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3-12
1846
미련(未練)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3-11
18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3-10
1844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3-10
1843
꽃샘추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3-09
18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3-08
184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3-07
1840
공양주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3-06
1839
멧돼지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3-05
183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3-04
1837
홀로살기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3-03
183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3-02
183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3-01
183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 02-28
183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2-27
1832
언제나 청춘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2-26
열람중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2-25
1830 메밀꽃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2-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