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그 해 여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6회 작성일 23-10-14 07:10

본문

그 해 여름 




찌는듯한 한 여름이 지속 되었다. 

국민학교 6학년이나 되었나, 오래 되어 기억은 흐릿하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의 삼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포구나무 밑을 지나 정자 어귀를 돌고 미나리깡을 건너 싸맆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 칸 방 가득히 낯선 사람들이 부채질을 하며 앉아 있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했다.

행색이 세련되고 눈길을 보니 대처사람인걸 어린 마음에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마당으로 우물에서 장독대로 혼이 나간 사람처럼 정신이 없고 하얗게 질린

할머니는 담뱃대를 물고 연방 연기를 뿜고 계셨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즈음 아버지가 부산 부전시장 앞에서 동업으로 청과물시장을 하셨는데 동업자가 횡령을 해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졸지에 회사가 그 동안 발행한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 것이다.

30대 초반이었던 사회 초년병이 사업을 한답시고 시골의 논떼기 밭떼기를 있는데로 다 팔아서

투입한 사업인데 그 감당을 상상도 못했으리라.일단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버지도 그만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 

그간 과일과 야채를 김해등지에서 밭떼기로 공급하던 업자들이 벌떼처럼 몰려오고 연 걸리듯 

걸린 외상거래처도 불길처럼 몰려와 회사는 하루 아침에 풍지박산이 되고 말았다.


여름방학이 되면 여동생과 같이 아버지가 사업하시는 꿈의 도시 부산으로 동방역에서 부전역

까지 완행열차를 탔다.차멀미를 하는 동생이 부전역이 다 와가는 기장쯤 이르면 그만 고 작은 

속을 견디지 못해 주르르 흘리고 국민학교 5학년이던 오빠가 옷으로 감싸고 안절부절 하지 못

했던 기억이 아련하기도 하다.

천신만고 끝에 회사 사무실로 꽤죄죄한 촌아이들이 들어가면 환한 웃음의 아버지가 두 팔로

안아 주셨고 부전시장에 들러 순대랑 찐빵으로 허기진 배를 가득 채워 주셨던 기억이 있다.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는 부산에서 직접 자전거 한 대를 싸서 보내기도 하셨다.이제 중학생이

되면 시내까지 자전거로 통학을 해야 되니 아버지로써의 애틋한 사랑이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

의 정성어린 선물이 눈물겹기도 하다.

자전거가 동방역에 도착하던 날 부푼꿈은 하늘을 날고 할머니랑 동방역 맨 뒤쪽 끄트머리 화물

칸 도착지점에 선다. 이윽고 열차의 문이 열리면 동그란 두 바퀴가 허공에 빙그르르 돌고 마음

도 어지러워 핸들을 꼭 잡았다. 아버지의 세월이 참 정겨운 시절이었다.


어머니의 지극정성에 빚쟁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그해 여름도 시나브로 기울어 지고 있었다.

그 후 3년이나 지나 낙엽이 한 잎 두잎 가을이 깊어질 때 지칠대로 지친 초라한 모습의 아버지가 돌아왔다.남루한 차림의 삭신을 본향의 초가에 쓰러지듯 풀어 놓았다.


예순 여섯에 세상을 버리기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가문을 위해 고군분투 하셨고 일개 문중의

긴 산맥을 이어주고 가셨다. 유서를 읽으며 그 해 여름을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새소리가 낭낭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59건 1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55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10-25
1558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10-24
155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10-22
1556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0-21
1555 데카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0-21
155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0-20
155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10-20
1552 세잎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10-19
155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0-17
1550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10-14
열람중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10-14
1548 노장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0 10-13
1547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10-13
154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10-13
154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10-12
15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09-22
1543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9-19
1542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9-11
1541
죽도시장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09-08
1540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09-08
1539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09-04
153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6 09-03
153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9-01
1536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08-13
1535 인생만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3 07-15
153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07-11
1533 소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7-05
1532 소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7-04
1531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6-22
1530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6-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