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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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보르
번득이는 오토바이 체인을 품에 단단히 챙겼다.
묵직했다. 떡대와 철퍼덕은 사뭇 긴장한 표정이다.
" 돈만 받아내고 바로 튀자! 뜸부기 개새끼, 오늘 너 죽었어! "
나는 나름 가오 잡는 시늉새로 목소리를 키웠다. 덩치가 크지만 몸놀림이
둔해서 떡대라는 닉네임을 얻은 영우가 불안한 눈동자를 굴렸다.
" 형, 다방에 시다바리들 죽치고 있으면 어떡하지? "
그러자 작업화에서 늘 철퍼덕 소리가 들린대서 철퍼덕이라 불리우는
상철이 떡대 앞에 공주먹을 휘둘렀다.
" 새캬, 이판사판인기라! 몸뚱이로 문짝만 단디 막그라. 알제? "
둘은 동갑인데도 이빨이 센 철퍼덕이 출생신고가 늦어서 그렇다며,
본래 나이는 떡대보다 2살이나 많다고 매사에 나이짱 대신 터무니 없이
형짱임을 내세웠다. 순박한 구석이 있는 떡대는 밀릴 구석이 없는대도
철퍼덕 앞에서는 전전긍긍했다. 아무래도 일할 때 야무진 구석이 있어서
떡대가 늘 도움을 받는 형편이라 그럴 것이다.
대림역에서 내려 차이나 식당가로 향했다. 우리멍석식당 근처 장미다실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깨진 간판 아래 '여종업원상시모집' 스티커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후즐그레 지친 행인들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가로등이 하나 둘 서울의 변방을 밝혀가고 있었고, 2호선 순환열차가
간간이 진동과 소음을 일으켰다.
철퍼덕이 휴대용 전동드릴을 꺼내더니 붕, 돌려보고 다시 품에 넣었다.
숨을 죽이고 있는 체인의 무게. 빵에 가기 전, 멋모르고 칼을 휘두르다
상대방 체인에 한방 먹은 후 체인으로 바꿨다.
단거리 칼은 장거리 체인의 그 현란한 타격과 방어의 상대가 못된다.
가죽장갑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그야말로 육상에서만큼은 총을 제외하고
전천후 무기다. 물론 이소룡의 쌍절곤처럼 몇 가지 기교가 필요하지만, 그닥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휘두를 때 끝을 방심했다가는 제 얼굴이 나간다.
상대방이나 주변 물체에 감겨들면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방심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손에 착 감기는 맛은 최고다. 든든했다.
나와 철퍼덕이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는 동안, 떡대가 문 앞을
어슬렁거리다 마침 다방에서 나오는 노인 한 분을 붙들고 정보를 캐내는 게
보였다. 웃으면서 달려오는 모양새를 보자마자 담배를 발로 부벼껐다.
" 들이칩시다! 뜸부기하고 노인 두엇 뿐이래. "
지하다실로 내려가자마자 출입문을 걷어찼다. 뜸부기는 등을 보이고 아가씨 어깨에 팔을
올린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뒤돌아봤다.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봐서
역시 고단수였다.
" 어이구, 동생들 오셨구만. 그렇지 않아도 콜 할려고 했다. 앉그라! "
노인 둘이 후다닥 바깥으로 나갔고, 뜸부기에 붙었던 아가씨가 선 채로 안절부절했다.
다른 아가씨 두엇은 썰을 풀고 있다가 심드렁하게 셋을 쳐다봤다. 이럴 때는 세게
나가야 한다. 허점을 보였다가는 고스란히 당한다.
" 형님, 씨발 한겨울에 산 하나 없는 남양만에서 좆뺑이 친 걸 갖고 튈 수 있수?
당장 내놔! "
미리 적어둔 계좌번호를 뻐꾸기 앞에 던졌다. 눈알을 굴리던 아가씨가 뒷걸음 치는 걸
철퍼덕이 붙잡아 소파에 앉혔다.
" 밑구녘 여물지도 않은 년이 아빠 같은 놈하고 니 뭐하노? 단디 앉았그라. 전화 했쁘믄
손모가지 잘라쁜다!! 글쿠 마, 느그 또래랑 좀 놀거래이!! "
철퍼덕은 카운터를 지키는 두 아가씨도 같이 들으라는 듯이 빽 고함을 질렀다.
전기공사 1팀은 모두 6명이다. 나머지 3명은 보조, 그러니까 현장에서 데모도라고
불리우는 막내들은 뺐다. 공사판에서 방학 동안 학자금을 벌려고 일하던 녀석들이었다.
괜히 사단을 벌였다가 잘못되면 애꿎은 걔들까지 불똥이 튈 수 있어서였다.
막내들은 솜털을 휘날리며 따라붙겠다고 설쳤지만 철퍼덕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 이노마들아, 싸우러 가는기 아이라, 지금 우린 뒈지러 가는기라! "
뜸부기는 말하자면 명칭은 직업소개소 소장이지만 야바위꾼이다. 현장소장이랑
사전에 계약을 맺으면서 소개 후 떡값을 챙기는데, 노가다판 급여는 일단 뜸부기한테
입금이 된 후 떡값을 제하고 각자에게로 다시 입금을 시켰다. 그런데 뜸부기가
이번 달은 조금 늦는다, 어쩌구 헛소리를 남발하더니 결국 2달치 급여를 가지고
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사전에 현장소장에게 입금 확인을 안 한 잘못도 있었다.
그건 뜸부기 형님(새끼, 이제 형님도 아니다) 중간 중간 현장에 내려와 저녁도 사고,
노래방에서 도우미까지 합석시켜 신나게 놀다가, 단란주점에서 계집애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을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서 의심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사업도 한대니까 뭐 한달 정도 늦을 수도 있겠지, 안이하게 생각했다.
뜸부기가 왜 뜸부기인지는 모르겠다. 실없는 소리를 뜸북거리지 않았지만 과거에
그 양반이랑 인연이 있던 공사 인부 몇이 뜸부기라고 불러서 자연 모두 뜸부기라고
불렀다. 뜸부기가 뜸북거리고 있다는 다방 위치도 인부 하나가 귀띰해줘서 알았다.
주먹깨나 쓴다는 조선족, 아니 골조팀에서 끙끙대는 조선족 하나는 꼭 재중동포로
불러달라 했지만, 그거나 이거나. 성깔 있는 몇을 시다바리로 거느려서 얏보면
큰일 난다,는 충고를 다시 떠올렸다. 새끼들, 지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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