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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월은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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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9회 작성일 24-06-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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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월은 지고 





명활산 아래 남촌은 양지마을이라고도 했다. 병풍처럼 늘어 선 대나무 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겨울에 아침 햇살이 눈부시면 양지쪽에 자리 잡은 초가들이 참 포근하고 따듯해서 차라리 남촌보다는 양지마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냇가에 반짝이는 자갈들이 몽돌처럼 보드라웠고 맑은 돌 밑에는 언제나 붉은 가제들이 알을 품고 엎드려 있었다. 작은 언덕 위에 당수나무 넝쿨은 여름 내내 녹음을 제공해 주었고 진아와 나는 그 나무에 올라 타잔처럼 줄기를 타고 이 가지 저 가지를 넘실 거렸다.


외갓집 바로 옆집에 살았던 진아와 나는 외육촌간이어서 한살 터울인 우리는 형제처럼 뒹굴었다. 초등 입학전 부터 외가에 가면 진아야 내 왔네! 하며 싸립문에 붙어 호출을 하면 공중잽이로 뛰어 나오던 진아, 해가질 무렵까지 도랑가에서 시간가는즐 모르고 놀던 아이들을 야들아 밥 묵어래이! 하는 외할머니의 부름을 듣고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갔다. 


해가 뜨면 진아와 나는 당수나무 계곡으로 파고 들었다. 조그만 짚소쿠리 하나를 들고 가제를 잡으러 가는 것이었다. 까만 고무신을 첨벙대며 오르는 계곡의 맑은 물은 한 여름인데도 어찌나 차가운지 아이 발씨려! 하면서 가제가 나올만한 곳을 탐색을 했다. 손바닥 두개 정도의 물돌이 가제가 나올 확률이 높은 걸 어린 나이에도 감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다 그런 돌이 나오면 호흡이 멎고 긴장의 눈초리를 깜박대면서 조심조심 돌을 제꼈다. 가끔 헛탕도 있지만 돌을 제끼면 거의 가제가 새끼들을 데리고 웅크리고 있었다. 포기한 가제들은 순순히 소쿠리로 들어가고 잡은 가제 어미를 손가락으로 서로의 얼굴에 갖다대며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소쿠리가 두둑해지면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누가 뭐랄것도 없이 계곡을 첨벙첨벙 내려온다.


하루는 초등을 다니는 형아들이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으면 닭고기처럼 맛있다는 꿈 같은 얘기를 듣고 진아와 나는 개구리를 잡으러 계곡을 갔다. 사실 먹을 것이 귀했던 그 시절이야 옥수수 대구니도 먹고 소나무 껍질도 벗겨 껌처럼 씹기도 하고 참꽃도 하도 많이 먹어 잇빨이 시뻘겋게 다닌 적도 있었다. 닭고기 처럼 고소하다니 호기심이 발동을 하고 널려 있는 게 개구리이니 잡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미리 구미가 당겨 침을 삼키기도 하였다. 냇가에 가니 미리 알기나 한듯이 개구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데 진아는 발로 밟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내리쳐 사지를 뻗는 개구리를 던져주면 나는 싸리나무를 꺾어 진아가 잡아주는 개구리를 주둥이에 꿰어 대롱대롱 따라 다녔다. 그때 물가 바위 밑에 개구리의 왕초쯤 되는 개구리 한 마리가 눈을 끔벅대는데 덩치가 엄청커서 저걸 어떻게 잡나 하고 찰라에 궁리를 하는데 옆에 있는 자갈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진아가 고개를 내밀어 개구리를 확인하고 야! 크다! 하는 순간 자갈돌을 개구리를 향해 내리쳤다. 아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진아가 냇가에 나동그라졌다. 내가 내리친 자갈돌이 진아의 이마를 강타한 것이었다. 찢어지는 비명과 악을 쓰는 울음소리에 동네 사람들과 외할머니가 전쟁이 난것 처럼 뛰어 오셨고 외아들인 진아 엄마는 사색이 되어 아들을 안고 부리나케 초가집 마루로 뛰어 가셨다. 외할머니는 새초롬히 화난 얼굴로 내 손을 잡아 끌고 가셨다. 뭐가 뭔지 몰라 외할머니를 따라가던 손자도 엉엉울며 따라가고 있었다.


소문에 진아가 미대를 졸업하고 보문단지에서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산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다. 섬세하고 이지적으로 생긴 아이가 털복숭이 예술가가 되어 짚시처럼 산다는 소식에 나는 절대 아닐거라고 자위하면서 한 번씩 대처에서 귀향을 하면 자동차로 보문단지를 휘 돌아 보면서 그의 자취를 찾았지만 발견할 수는 없었다. 혼자 산다는 얘기도 있었고 부인이 카페를 한다는 얘기도 바람결에 들었다. 그렇게 그는 흔적없이 살고 있었다.


내가 아예 귀향을 해서 정착을 하고 외가쪽 혈연들을 이리저리 줄기를 찾아 보았으나 진아의 흔적을 속시원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행방불명인이 되어 살고 있는 그가 보고 싶다. 그 때 자갈로 내려친 일들이 불현듯 가슴이 아프다.모든 귀책사유가 내게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진아야 내 왔네!

먹먹한 세월이 안타깝다. 장맛비가 세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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