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쓰여진 시(詩) / 박얼서 > 소설·수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소설·수필

  • HOME
  • 창작의 향기
  • 소설·수필

☞ 舊. 소설/수필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해당작가에게 있습니다.무단인용이나 표절을 금합니다

짧고 굵게 쓰여진 시(詩) / 박얼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박얼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6회 작성일 25-03-12 08:07

본문

짧고 굵게 쓰여진 시(詩) / 박얼서

 

오늘은 짧게 쓰여진 시(詩)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 한다. 내가 문학과 인연을 맺은지도 강산이 수차례 바뀔 만큼 큰 세월로 쌓였다. 그동안 8권의 시집과 2권의 에세이집을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창작의 여정 따라 이곳저곳 길바닥을 누비며, 본 대로, 들은 대로, 느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묻고 따지다 보면, 매일매일 발길의 한계를 느끼는 편이다. 일모도원(日暮道遠)을 절감하는 셈이다. 시작(詩作)의 갈증만 느는 셈이다. 자작시 한 편 함께 읽자. 


막차 이미 떠났는데

시간표 앞에서 독백을 주고받는, 플랫폼

첫차 아직 멀었는데.    


"박얼서 詩 '대합실' 전문" 


주저리주저리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갈팡질팡 중언부언하지 않아도, 이유를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올려다 보는 시간표를 통해 대합실의 상황이 하루의 꼬리표처럼 클로즈업된다. 막차와 첫차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상황을 더욱 긴장시키고, 막차를 놓친 아쉬움 속에 어쩔 수 없이 첫차로 선택을 옮겨가야 하는 조바심이 서로 맞서며 극단처럼 충돌하는 듯 해도, 대합실이라는 시제(詩題)를 통해 갈등의 중심을 단칼에 제압해버린 셈이다.   


시(詩)가 지닌 능력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탐미 혹은 운율은 물론, 가장 짧은 형식을 빌어 가장 높은 극대치를 추구해야 하는 표현의 함축성이다. 은유나 풍자 속에 감쪽같이 숨겨두어도 낭중지추처럼 돌출되고 마는 아우라, 이는 숨길 수 없는 시의 본능이다. 타고난 천재성이다. 시(詩)야말로 세상 구석구석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문학 예술의 선봉으로서 표현 예술의 극치인 셈이다. 너와 나 우리들 삶 속 깊이 시(詩)가 존재하는 이유다. 내가 이토록 시(詩)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종교학 시험에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의 기적에 대하여 논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답안지를 적어가는 동작들이 민첩하다. 그렇지만 엉뚱하게도 창밖을 향해 딴눈을 파는 한 학생이 있었다. 이를 주시하던 교수가 “왜 답안지 작성을 않느냐"고 물었고, “별로 쓸 말이 없어서요”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학생의 답변을 들은 교수로선 그저 황당할 수밖에..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마침내 시험 종료 5분전이었다. 교실엔 교수와 한 학생, 이 둘만 남게 되었다. "단 한줄이라도 적어놔야 낙제를 면할 것 아닌가"라며 교수는 부탁이라도 하듯 학생에게 말을 건냈다. 그러자, 학생은 곧 무언가를 적어 놓고 교실을 황급히 빠져 나갔고, 그가 남긴 답안지엔 이처럼 짤막한 한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The water met its master and blushed (물이 자신의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졌다)'  


이는 곧 만점짜리 답안지가 되었고, 캠브리지대학교 개교 이래 최고의 전설로 남겨졌다. 단 한 줄의 촌철살인, 그때 그 학생이 바로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이다. 19세기 영국 문학을 살찌우던 시인 바이런 말이다. 이처럼 짧게 쓰여진 문장일 수록 한 편의 시(詩)가 되어야 한다. 낱말보다는 함의로, 형식보다는 감동으로, 공감을 좇는 화살촉이어야 한다. 깊은 향기를 품어야 함이다. 맡겨진 사명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사회적 책임감이 아주 막중하다는 의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59건 1 페이지
소설·수필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859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4-26
1858 nayooun524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0
1857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4-15
1856 nayooun524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15
1855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4-08
1854 소울언약sou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4-02
1853 구식석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3-29
1852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3-17
1851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3-17
1850 탱크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3-17
1849
돌아온 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3-17
1848
진눈깨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3-16
1847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3-12
1846
미련(未練)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3-11
184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3-10
1844 안개깡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3-10
1843
꽃샘추위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3-09
184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3-08
184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3-07
1840
공양주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3-06
1839
멧돼지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 03-05
1838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3-04
1837
홀로살기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3-03
1836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 03-02
1835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3-01
1834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 02-28
1833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02-27
1832
언제나 청춘 댓글+ 2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2-26
1831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2-25
1830 메밀꽃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2-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