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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풍경 " 나이가 무슨 벼슬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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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71회 작성일 25-06-2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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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볼일을 마치고 전철로 귀가를 하는데 맞은편 노약자석에 앉은 한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승객이 문을 닫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인은 젊은 승객에게 호통을 치는데 인의 표정을 보니 여간 험상궂은 게 아니다. 큰 체구에 눈알까지 부라리는 걸 보니 누군가가 한 마디 대꾸를 했다가는 변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호통을 받은 젊은이는 흘깃 돌아볼 뿐 별다른 반응 없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맞은편 좌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집 거실도 아니고 대중교통인 전철의 통로인데 저렇게까지 역정을 낼 필요가 있을까. 설사 문을 닫지 않았다 해도 그 문은 승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출입문이고, 더구나 지금은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겨울도 아니니 굳이 문을 닫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데도 노인의 호통은 그칠 줄 몰랐다.  

 

그 노인의 관심은 다른 곳에도 있었다. " 저 봐라, 자는 체하고 있는 거 봐라 "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지만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은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자리를 뜨고 말았는데, 그 여성이 앉았던 자리에는 노약자.장애인, 임산부, 영아를 대동한 보호자 등의 이니셜이 그려져 있었다. 젊은 여성이 노약자석에 앉았을 때는 만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 노인은 왜 그곳을 자신들의 전용석이라며 고집을 피우는지 정말로 모를 일이다.

한 때 이 좌석이 노인 우대석인 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합법적 노인 연령인 65세 이상인 사람은 우선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었으나 그 후 이용 범위가 바뀌어 지금은 노약자 보호석이 되었다. 따라서 노인은 물론 몸이 불편한 환자나 임산부, 영유야를 동반한 보호자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노인은 아직도 이 좌석을 노인 전용석으로 오해하여 몸이 불편한 젊은이나 임산부가 앉을 경우 시비가 벌어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다행이 요즘의 전철은 칸마다 임산부 전용석이 마련되어 있어서 임산부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역으로 그마저 무시하고  그 좌석을 점거(占據)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타 승객들의 눈총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다만 고의가 아닌 실수나 무지에 의한 행위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철을 운영하는 기관이나 업체는 이에 대한 홍보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을 열었으면 닫는 게 맞고, 건강한 사람은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전철의 칸별 출입문은 승객들이 수시로 여닫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임신 초기의 여성은 외형상 신체적 변화가 없으므로 자칫 오해를 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앉을만해서 앉은 사람을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은 게 무슨 벼슬이라고 왜 저리도  소란을 피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가뜩이나 노인 비하가 도를 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요즘, 노인들은 나이에 맞는 품위를 지키며 무임의 대접을 고맙게 받아야 되지 않을까.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그 누구와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지만 머릿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어지럽기만 했다. 노인도 사람이라 감정도 있고 아직은 노익장의 기개도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은 여생을 꾸려가는 에너지로 사용해야지 남을 괴롭히는 데에 쓰면 되겠느냐는 생각이 머리와 가슴을 맴도는 날이었다. 



@ 이 글과 관련하여 언젠가 써두었던 글 한 편을 첨부합니다


청량리행 전철에서

 

금정역에서 승차한 청량리행 붐비는 전철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서른 살 전후의 청년이 시선을 끈다

 

수려한 외모에 건장한 체구의 당당한 모습

힘겹게 서있는 어느 노인의 지친 모습에도 아랑곳 없이

태연히 좌우를 살피는 여유에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이는데

 

영등포를 지나 한강을 건너 서울역을 지날 때까지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 한결같은 모습에

참다못한 눈총들이 하나 둘 볼멘 소리를 토하는 순간

건너편에 앉아있던 어느 할머니의 인자한 음성

" 아가, 다음이 종각역이다. 내려야지 ? "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노약자석 그 청년의 입에서

" 네 엄마 "

 

어른의 몸을 가진 아이인줄 누가 알았으랴

세 살짜리 아기를 다루듯 손을 잡고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에 보이는 게 다라고 여긴 내가 왜 그리도 부끄러운지

그까짓, 눈에 보이는 게 뭐라고,

안보이는 게 얼마나 많은데...


 

댓글목록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어른들이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습니다
아이들 보다 소견이 협소한 어른들을 보면 참 안타깝지요
노인의 품격이 필요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공감하고 잘 읽었습니다 안산님!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보몽 작가님 오늘도 자상한 격려의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철을 탈 때마다 저런 모습을 자주 봅니다. 주로 좌석 때문에 생기는 일방적 주장이
논쟁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만 노인이라는 이유로 좌석의 양보를 강요할 권리는 없지요.
보는 노인들이 민망할 정도로 행패에 가까운 행위는 삼가야 될 줄로 압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른 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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