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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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임식
신임 총무가 청년회의 이 취임식에 종친회장과 주인인 나를 불렀다. 메세지에 어디서 하나 하고 찡그린 돋보기로 장소를 보니 시내 용강동에 있는 스시부페로 유명한 쿠*쿠* 저녁 6시라고 적혀 있었다. 헝크러진 백발을 쓸어 올리며 주름을 감추려 평소에 바르던 두 세 가지의 화장품 위에 저녁인데도 선크림을 덧바르고 거울을 보니 일본 가부끼좌의 배우처럼 온통 하얀 귀신이 거기 서 있었다.
회장님을 모시고 어정어정 몰고 간 나의 애마가 모임장소가 있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을 어물거리자 저 만치 신임 총무가 내려와 손짓으로 에스코트를 하였다. 총무가 이끈 모임 장소인 홀에는 전임 회장과 신임 회장의 이름이 프랑카드로 벽에 너풀거리고 미리와 있던 종친 청년 회원들이 서로 손을 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슴에는 몇대 누구누구 하고 옛 초등 이름표처럼 달고 다니면서 일일히 정겨운 인사들이 이어졌다. 일일이 더듬어 가면서 찾아낸 누구의 자손인지를 알아낸 종친들은 서로가 놀라운 표정을 하며 자기의 위치를 신기해 하며 끄덕거렸다.
사실 청년회라 하지만 회칙을 보면 50세 에서 70세로 나이를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70이 넘으면 죽지 않는 한 종친들이 그 경험으로 대종회로 옮기어 그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사실 대종회에서 중심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하는 종친들은 거의가 다 청년회 출신 종친이다. 50대가 10프로 정도이고 거의가 60대이니 옛날 같으면 다 사랑방에서 장죽을 물고 놋쇠잿떨이를 땅땅 두드리면서 밥상 올려라 하며 호령할 나이들이다.
선조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그윽히 수그리며 장내는 고요하고 이어서 전임회장의 노고에 감사패가 수여 되고 경주관광공사를 정년 퇴직한 신임회장의 인사가 호기롭게 진행 되었다. 회장의 축하 인사가 평소보다 길어지고 이어서 주인의 격려사가 식순대로 진행 되었다. 식순이 진행될 때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축제 같은 분위가 이어졌다. 두둑한 선물을 한 아름씩 안고 포만한 저녁이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몇 남지 않은 집성촌을 중심으로 500년 문사의 길을 가고 있는 지역의 혈족들, 그들은 과연 선조의 유물과 유산과 유지를 지켜갈 수 있을까? 오랜 객지생활에서 돌아 온 철부지 주인을 중심으로 수백 년 종사가 꿈틀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부지가 보고 싶다. 9년 전 새로운 종택의 중창을 위해 척박한 종택의 기왓장을 걷어낼 때 그날도 아부지 생각에 울었다. 무던히도 종사를 위해 고생만 하시던 선고께서 돌아가신지도 강산이 세번이나 바뀌었다. 아부지! 참 고생 많이 했심더!
지나는 동궁 월지에 조명이 화려하다. 신라왕들이 연회를 하는지 월지 본건물의 자태가 화려하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며 옛일을 소환하다 문득 누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놀라서 돌아보니 거기 빙그레 웃는 아부지가 서 계셨다. 희뿌연 어둠이 길게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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