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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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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0회 작성일 26-03-0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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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주 




 참하게 생긴 60중반의 공양주가 있다. 얼굴은 아담한데 살아오면서 무슨 사연이 그리도 쌓여 있는지 언제나 안색이 파리하다, 주지스님이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 이따금 맑은 공기를 쇠러 이 절에 들리는데 드물게 주지스님과 셋이서 공양을 함께하기도 한다. 공양간에서도 나이를 잊은듯 항상 발걸음이 가볍고 하얀 얼굴에 무심한 미소를 띄며 소반에 음식을 담아 정성스럽게 상에 올리는 것을 보면 늘 나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따라다닌다. 주지스님이야 나무관세음보살하고 신선놀이를 하며 경내를 어슬렁거리면 그만이지만 절 안의 모든 행정이나 자잘한 일들은 행자승처럼 공양주가 다 도맡아 한다. 조그마한 절이다 보니 초하루나 절기가 아니고는 별로 불자가 없는 한적한 절이다. 하지만 경내가 천평도 넘는 절이라 둘이서 저 넓은 절을 어떻게 관리를 할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도 있다. 이를테면 주지가 사장이고 공양주가 총무부장쯤 되겠다.

  내가 귀향해서 듣기로는 주지스님이 부산에도 조그만 암자가 있다고 했다. 그런 주지스님이 명승지를 찾아 전국을 유람하다 신라 불국정토의 얼이 서린 이곳 금오산 기슭에 허름한 시골 폐가를 샀다. 그러고는 리모델링을 하고 절이름을 새로이 짓고 중창을 했는데 이것이 다 투자목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바람에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절중창사업이라면 중생들에게 금과옥조 같은 불경을 포교하는 곳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어 사바세계에서 못된 짓을 하면 지옥행과 극락행을 엄포로 사람들을 계도하는 곳인데 그리 나무랄 것은 못된다. 그리고 부처님 대신에 불향을 전달하는 대리자이기 때문에 부처님이나 진배 없으니 절마당에서 만나면 언제라도 두 손을 모아 경배하고 공손해마지 않는다. 바랑을 입고 파르라니 빛나는 머리를 보고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야 있겠는가.

  차를 몰고 동네 어귀를 돌아 광장을 지나가는데 저 만치 시내버스 승차장에 공양주가 추위에 잔뜩 움츠린 펭귄처럼 부스 안에 서 있었다. 차를 세우고 어디가슈? 하니 시장에 간다 한다. 가는 방향이라 손짓으로 타쇼? 하니 얼른 엉덩이를 밀고 들어온다. 왜 주지스님이 고기라도 드시고 싶대유~ 하니 쭈뼛거리더니 예 가끔 먹어요! 하며 아무렇지 않게 차창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둘다 약속한듯이 아무 말이 없다. 내가 속으로 야! 참 세상 많이 변했네! 하며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보살님은 어디서 오셨어요? 이곳 분은 아닌 것 같은데? 하니 부산에 있다가 스님이랑 같이 왔어요! 한다. 또 한 번 놀라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게 뭐지? 하며 시장을 가는 내내 나의 복잡한 추리는 결국 실마리를 못잡고 시내 중앙시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고마워요! 하며 냉큼 내리는 공양주가 손사레를 흔들며 시장 안으로 사라졌다. 

  하기사 수천년 전에 부처님도 수행을 위해 탁발을 다닐 때 고기를 드셨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도 스님이 불경을 읽고 수행을 하는 것이라면 스님 스스로 자신의 맑은 구도의 길을 위해 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고기 같은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줍잖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것도 일종의 편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오리무중으로 헤맨다. 시대의 진화속도가 첨단으로 가파르다. 스님들도 엄혹한 하안거 때나 동안거 때의 장기기도때문에 체력이 달려 쓰러지는 수행자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나물밥으로 연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종파를 달리하는 계파들을 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고기도 먹고 일상인들처럼 행동하는 교파가 있다고 들었다.


  공양주가 꾸러미 꾸러미를 들고 절로 들어 간다. 저 보따리에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오늘 저녁상에는 푸짐한 음식들이 나물밥 대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자기들 만의 만찬이 오손도손 이어지기를 상상해 본다. 노추의 헛된 공상이 산산조각 나기를 기원 하면서 내일 아침은 화색이 도는 공양주의 아담한 얼굴을 보고 싶다.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가 끝이 없다. 

댓글목록

안박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 보 몽* "隨筆家`詩人"님!!!
 `2.25부터 어제까지 每日같이,誠意로 올려주신 隨筆香을..
 興味로운 마음으로 探讀하며,"계보몽"任의 心鄕을 吟味합니다..
 아마 "몽"詩人님은 儒學을 恭敬하고,佛敎를 崇拜하시는 分이신듯`如..
"계보몽"詩人님!南녘에는,봄볕이 完然할듯요!"感氣"조심!늘,康寧하세要!^*^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시죠? 안박사님!
새벽잠이 없으니 잡설같은 얘기를 펼쳐 놓습니다
저는 귀향해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불경이라던지
소학이나 명심보감등을 읽어 보았습니다
제 처지가 그래서 그런지 그런 걸 일게 되더라고요

봄빛이 여기저기 서성대지만 이곳 남녁은 아직도 싸늘합니다
안박사님 늘 건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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