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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오류증(決定 誤謬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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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 26-03-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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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오류증(決定 誤謬症) 




  나는 긴 세월 살아오면서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결정해야 할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몰라 헷갈려하고 마음의 결정을 잘 못 내리는 결정 장애증 같은 것이 있다. 긴 생각 끝에 결정한 것이 지나고 나면 금방 후회하는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이런 내 행동과 그런 성격에 빗대어 갖다 붙인 것이 결정 오류증이라고 감히 이름표를 바꾸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모자 하나를 사러 가더라도 오늘은 밝고 환한 모자를 사야지 하고 가게에 들어 가지만 다양한 칼라의 모자가 수도 없이 걸려 있는 것을 보면 그때부터 감성이 흔들리고 내 특유의 결정장애증이 발동을 하여 시선이 이리저리 헤매이기 시작한다. 점원이 회색도 어울리시고 하얀색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하면 봄인데 베이지가 낫지 않나 하며 엉뚱하게 연브라운과 그린을 들고 서성인다. 이것저것을 써보다 난데없이 아내가 나이도 들었는데 밝은 것을 사요 하면 진한 초록의 모자를 들고 망설이던 내가 그때부터 오리무중으로 접어든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초심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엉뚱한 봄의 새싹 같은 노리끼리한 모자 하나를 들고 가게를 나선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거울에 선 개나리꽃 같은 모자를 보고는 금방 후회가 무거워진다. 매사 이런 식이다.

  아는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형님답지 않게 은근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예의 의심의 촉이 스물스물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 내용은 이러했다. 시내에 연주동호회가 있는데 회원은 예닐곱 정도이고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다 점잖고 맘씨 좋은 노인들이니 자네도 들어와서 여생을 즐겁게 보내면 어떻겠나 하는 요청이었다. 그렇잖아도 이 형님과 이미 8명의 회원을 가진 연주자 모임이 있는데 또 이나이에 무슨 모임을 그렇게 또 하시냐고 반문을 하니 그래도 나이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정보도 얻고 세월을 소일하는데 동반자로 지내면 좋지않겠나 하며 반색을 한다. 그러고 이 모임에는 다 인성을 점검하고 선별된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라 특별히 나를 초청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형님! 나이들면 간편한 것이 좋고 가벼운 것이 좋은데 회장을 벌써 두 세군데나 하는 형님이 저는 더 걱정스럽다 하니 갖은 감언이설의 공격 앞에 결국 내가 지고 말았다. 그러다 조금 있으니 새로운 출발이라는 새로운 단톡방이 개설 되더니 총무라는 사람이 환영합니다 하며 깨톡을 날려왔다. 그래서 내가 물성없이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회원의 면면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내려보는데 아뿔사! 거기에는 낯익은 기존 우리  연주동호회원의 이름이 웃으며 안부를 묻고 있었다. 내가 속해 있고 형님이 회장으로 있는 그 동호회는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그 회원이 절반이나 되는 이 모임을 왜 또 결성하는가에 이르면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여기서도 본인이 회장이라니 더욱더 이해불충분이었다.

  내가 좀더 알아보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세심하지 못한 섣부른 결정 오류가 여기서 또 빛이났다. 마음이 약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을 만든 나 자신을 원망한다. 형님의 단술 같은 언변에 한 두 마디만 물어 보았어도 이런 실수는 없었을텐데 하지만 늦었다. 이렇듯 나는 늘 결정오류를 저지르며 살고 있다. 

 나는 노년에는 가능하면 간편하고 주변을 간결하게 정리하며 살고 싶다. 돈도 명예도 다 거쳐왔고 하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다. 그져 살금살금 걸으며 한달에 한 번 있는 모임에 가서 서로 어떻게 살아 가는가도 보며 사는 게 다 그게 그거지만 서로의 얼굴을 보며 나의 삶을 확인해 가며 조용히 살고 싶다. 그러고서야 내 인생의 결정오류 같은 것도 많이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간결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100세 시대의 원대한 꿈보다 그져 매일매일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게 제일이다. 하루하루 숨을 쉬고 산다는 게 참으로 귀한 세월이다. 삼시 세끼도 가능하면 죽기 전에 실행하려고 노력중이다. 잘 먹고 잘 싸는 것도 복이다. 말년에 항문이 막혀 결국 운명을 달리한 숙모를 보면 잘 먹고 잘싼다는 것도 참 난제이기는 하다.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는 아침을 향해 창호살 미닫이를 슬그머니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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