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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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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6회 작성일 26-03-1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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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봄 




  링거줄이 길게 늘어진 휠체어가 창가에 앉아 봄햇살에 몸을 데우고 있다. 코에 꽂은 산소호흡기가 아프리카 여인들의 악세사리 같다. 가뭇이 뜬 눈꺼풀 사이로 새로이 돌아온 봄이 간병인과 마주 앉아 하오를 졸고 있다. 모질고 질긴 겨울이 두유 한 박스를 들고 저만치 서서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삶의 끝에서 돌아온 주름진 얼굴들이 어린아이처럼 반가워 몸둘바를 몰라하고 옆에 있던 간병인이 무리하면 안된다고 봄을 만류한다. 참으로 반가운 봄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내려온 회장님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이 조금 어눌해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부활한 목숨이었다. 엊그제 사고로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만하더라도 이제 저승행 티켓을 예약을 해야 하나하는 오리무중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래 나이 어린 나 보다 먼저 가시는구나 하고 체념이 눈 앞에 어른거려 눈물이 슬픔처럼 쏟아졌다. 그러던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 빙긋이 웃는 모습을 보며 마굿간에서 부활한 예수님을 보는듯도 하고 일견 저승사자가 이승에 찾아온 것 같기도 하여 요상히 바라보기도 하였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 뇌인데 정밀촬영에도 별 이상이 없고 갈빗대가 세 개 정도 금이 갔다는데 그거야 몇달만 안정을 취하면 알아서 붙을 것이고 뒤통수에 타박상은 피딱지가 굳어 가고 있으니 큰 사단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마음이 워낙 여유로우시고 긍정적이라 마음은 벌써 봄들판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고 고마운 일이었다. 두유 한 잔을 나누어 마시는 창가에는 따스한 봄볕이 내일처럼 누워 있었다.

  내가 오랜 객지생활 끝에 고향에 내려와 쉽게 뿌리를 내리고 지역정서에 부드럽게 스며들어서 여러 지인들과 친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모두 회장님의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태어난 고향이래도 일평생을 도회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서먹함이란 새로운 타향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귀향생활을 일일이 손을 잡고 이끌면서 인과관계 지역단체 모임등을 동생처럼 갖다 붙혀 나의 외로움을 따스하게 녹여주신 분이었다. 회장님이 안계셨으면 나의 노년생활이 과연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에 이르면 그 하해와 같은 은덕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는 바였다.

  형산강의 물빛도 봄빛을 머금었다. 제법 더운 봄볕이라 패딩을 벗어 조수석에 놓는다. 길가에 봄의 새싹처럼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섰다. 노오란 병아리 같은 아이들. 문득 유치원에서 뛰노는 손자를 생각한다. 얼마전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손자의 요모조모를 애미가 보내온 사진을 꺼내보며 주름진 웃음이 입가에 걸린다. 회장님도 훌훌 털고 노익장의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분명 봄은 돌아오고 있다. 화창한 봄날을 기대하며 외곽도로를 질주한다.





댓글목록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물가에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정말 다행입니다~
그만하시기 다행이네예~
그래도 갈비뼈 금 간것 엄청 아프지예~
술 들이쉬어도 내어쉬어도. 아픈건 힘들답니다
물가에도 두개가 금이 가서 알지예~
오래 걸 릴것 같네예~
따스하신 분 같네예~ 참 다행입니더예~^^*_()_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기사 저도 엄청 놀랐지요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는 일을 치르는 줄 알았습니다
선조님의 음덕을 많이 받으셨는지 모두가 기적이라고 합니다
제겐 형님 같은 분이라 언제나 다정한 가족입니다
어차피 들어간 김에 몸관찰을 철저히 하고 푹 좀 쉬었다 나오시라고
당부드렸습니다
요즈음은 매일 병원에 출근하다싶이 하지요

염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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