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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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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13회 작성일 19-03-24 11:11

본문

사슴의 행방

  활연

 


  흰 나뭇잎 떨어내고 깊어지기로 작정한 강녘이 있었다

  빈 둥치 그루터기는 저녁의 물관에 눕는다 조금씩 죽어가는 게 사는 일이라지만 한 발짝도 날지 못할 때 꽁지깃 나르던 새였다

  습한 말들이 말라가는 책갈피엔 잎맥이 그쳤다 하나둘 매듭짓는 게 흘러가는 일이라지만 바투 죈 그늘을 들고 살았다

  조금씩 열을 묻혀주다가 속 깊이 앓는 병을 만져보기도 했던 볕뉘 푸른 생시

  자오선은 눈이 비린 낮달을 흘리고 입김으로 그린 거울 앞에선 목이 말랐다

  뿔을 자른 단면에 누우면 우린 아는 사이였고 사슴을 잃은 방향으로 흩어지면 모르는 사람이었다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면으로 누우면 아는 사람이나
잃은 방향으로 흩어지면 모르는 사람이다...

읽고나면 늘 길게 여운이 남는 활연님의 좋은 시로
월요일을 시작합니다

부디 자주오시고  3박의 약속은 지키시기를요^^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시(生時)가 生詩로 읽혀집니다. 등식이 성립할 수 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
왠지 한달음의 音讀에 저 또한 가슴이 아립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금씩 죽어가는게 사는 일...
향방을 잃은 사슴은 이 저녁 어느 숲을 서성일까
봄밤이 부디 슬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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