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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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을까
성영희
누가 야생의 뿔들을 사육에 가둬 놓기 시작 했나
목책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염소
어떻게 좁은 틈으로 내밀었는지
딱 걸려서 빠지지 않는 목 하나가 우리밖에 갇혀 있다
목이 걸린 순간 우리가 된 바깥
거둬들이지도 빠져 나오지도 못한 채
휘어진 뿔에 바람 탑을 쌓고 있는 염소가
득도 중인 듯 눈 뜨고 있다
동물이란 머리만 아는 존재일까
제 머리 크기도 모르면서
답답한 우리를 내다본 일이 고작
바깥에 갇히는 일이었다니
내친 김에 저 좁은 틈으로
몸을 빠져 나오는 건 어떨까
들판과 마을과 천지가 다 안쪽이 된 지금
가끔은 목을 거둬들이는 일보다
몸을 빼내는 일이 더 쉬운 일이라는 듯
한 뭉치의 바람이 훅, 염소우리를 훑고 지나간다
염소들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어린 말일지도 모른다
늙어서도 아기 소리를 내는 염소들
자꾸 언덕을 오르려는 것은 어린 소리를 위한
늙은 발목의 채근 아닐까
어쩌면 좋을까
거둬들이지도 빼내지도 못하는 저 목,
대일문학 20호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이 시를 보며 그림이 그려집니다.
염소야 왜 그랬어.
바깥세상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었다고
성 시인님께 시 한편 얹어 주었으니 됐다
토 닥
잘 읽었습니다.
장남제님의 댓글
성시인님
안과 바깥이
머리 하나로 결정되어집니다
목소리는 늙은이로
대신에 몸은 아기로 바꿔달라면 안 될까요
오영록님의 댓글
잘 지내시지요..//
나도 저렇게 무엇엔가 목만 넣고
버둥거리고 있지는 않는지
봄이네요..// 몸도 마음도 화사하시길ㄹ...요.
서피랑님의 댓글
참 시를 잘 그려 내시네요.^^
염소들의 언어, 세상에서 가장 어린 말,
그런 것 같습니다,
모든 말이 울음 같기도 하고 옹아리 같기도 한,
조경희님의 댓글
늙어서도 어린 소리를 내는 염소의 사유를
멋지게 풀어내셨군요
잘 지내고 계시죠^^
성영희님의 댓글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얽매여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때가 가끔 있지요.
우리에 갇힌 염소도 제 뜻은 아니었을텐데
바람만이 자유롭게 목책사이를 드나들더군요.
다녀가신 시인님들 고맙습니다.
활기찬 봄날 맞으세요.^^
허영숙님의 댓글
지인이 염소농장을 하는데
함께 지내다 한 마리가 인간의 몸보신 때문에 끌려가면
남은 염소들이 다 안다는 듯
그렇게 오래 그 염소를 쳐다본다네요
그들의 언어가 있다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며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