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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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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020회 작성일 17-10-18 12:35

본문

초록 서체 / 오영록

 

 

나무속에는 각자(刻字) 공이 살고 있다

겨우내 나무속에서 자음과 모음을 조탁(彫琢)하였다가

일시에 내 걸었을 거다

 

둥근 곡선과 꽃처럼 수려하게 조탁하였다가

이른 봄부터 연등처럼 가지가지 초록의 활자를 매다는

상판(上板)의 손길

 

목구멍을 닮은 나이테와

남쪽으로 가지 하나를 더 뻗는 오행의 법칙

햇볕에 단단해지고 소나기에 쓸렸으므로

어떤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서체

어떤 난장이어도 울긋불긋 물들일 수 있는 서체

가을이면 일시에 수거하여 다시 조탁에 들어가는

그 수고를 아끼지 않는 장인이 있다

 

나무에 귀를 대보면 그 조탁하는 소리가

쿵쿵 들리기도 했다

숲에 들면 메아리로 다가오기도 했다

 

어떤 나무에는 자음과 모음이

장엄하게 조탁 된

경기천년체가 있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드립니다
저 역시 오늘 네 그루 나무 조경하면서
오시인님 시 떠 올렸습니다
<귓속말> 베어넨나무 옮기면서

박해옥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박해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셨으니 대상은 당연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오시인님
나도 가끔 산에 오를 때면 나무에 귀를 대 보기도 하고
 물관에서 뭔 소리라도 나는가 들어봤는데  헛 공상 뿐이었어요
시가 차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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