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를 지키는 박태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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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를 지키는 박태기나무
비탈진 주택가 골목 안
흔한 재개발 현수막 하나 걸리지 않고 버려진 집이 있다
발등만 보고 다니다 모처럼 올려다본
거기, 물씬한 절박함 너머의 낭만
붉디붉은 박태기나무꽃 한창이다
때 되어 한 상 차려 놓고
버리고 간 옛사람 기다리는지 경계를 넘어 기웃거린다
다시금 올려다본 추녀 밑 반자 헐벗었고
곳곳에 드러난 붉은 뼈가 버려진 사유 같아 서글프다
그 옛날, 어느 식솔들이 때 없이 드나들었을
철 대문, 안녕하던 그들이 다시 안녕하며
열어젖혀 주길 기다리나 그 눈빛 그윽하다
간절함은 아무에게도 전할 수 없어
스쳐 지나는 뭇 눈빛이 닿을 때마다
헐어 헤진 입술 달싹거렸다
문주(門柱)에 붙은 우편함은
어제와 또 어제가 될 오늘을
한입 베어 물고 삼키지 못하니
컥컥거리는 목맴은 삭아지지 않는 애달픈 그리움일까?
다만 담 너머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도로명 표지판은
환한 봄날, 선명한 지번을 품고 놓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밥이 삶이라
울안 박태기나무
또 한, 솥, 밥을 안친다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그림이 그려지는 시 맛있게 읽었습니다
머니 머니 해도 밥이 최고죠
동네 인심 후하게
장승규님의 댓글
김진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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