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 시마을동인의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시마을동인의 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시마을동인의 시

    (시마을 동인 전용)

  ☞ 舊. 시마을동인의 시



장승규 박미숙 이승민 박  용 최정신 허영숙 임기정 조경희
이명윤 정두섭 김재준 김부회 김진수 김용두 서승원 성영희
문정완 배월선 양우정 윤석호 신기옥 이호걸 양현근 

벌거숭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29회 작성일 24-03-14 13:39

본문

벌거숭이

                             /장승규



간밤  

하늘에 천둥이 엄했다


멀리서 칠 때는 먼 일이려니 했다

머리 바로 위에서 칠 때는

오늘낮에

가만히 있는 공 뒤통수를 내려친 것이 겁이 났다

바닥에 엎드려 사는 잔디마저 짓밟고 

여기까지 온 것이 겁이 났다


뒤뜰에 늙은 가로등은 눈도 한 번 깜박 않는데

나는 황급히

뒷머리 감싸 쥐고 공처럼 가만히 있었다

결국은 잔디처럼 엎드렸다 


더, 더, 더 

하지 않겠소

가득 채우지 않겠소



(남아공 서재에서  2024.02.13)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내려치는 천둥 아래서 엎드리는 자각 – 장승규의 〈벌거숭이〉를 읽고
장승규 시인의 시 〈벌거숭이〉는 자연의 격렬한 이미지 속에 내면의 두려움과 자각, 그리고 겸허한 고백을 담아낸 강렬한 시적 독백이다. 천둥과 공, 잔디와 가로등—시인은 이 다양한 상징을 통해 존재의 나약함과, 그것을 인정하는 인간의 처연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첫 연에서 “하늘에 천둥이 엄했다”는 단순한 관찰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지 날씨의 묘사를 넘는다. 천둥은 이 시에서 절대적인 힘, 또는 신적인 존재의 경고처럼 다가온다. “멀리서 칠 때는 먼 일이려니 했다”는 말에는 인간의 자기중심성과 무감각이 묻어 있고, 그것이 “머리 바로 위에서 칠 때” 돌연 실존적 공포로 전환된다. 그것은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깨달음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다.

시인은 낮에 가만히 있는 공의 뒤통수를 내리친 일을 떠올린다. 평범했던 어떤 폭력의 순간, 무심코 넘겼던 자신의 행위가 천둥을 계기로 되살아난다. 마치 자연이 인간의 무의식적 폭력에 대한 응보로 천둥을 치는 듯한 구조다. “잔디마저 짓밟고 / 여기까지 온 것이 겁이 났다”—이 구절에서 우리는 단지 ‘걸어온 길’이 아닌, 밟아온 존재들, 무시해온 생명들을 되짚는 시인의 양심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비는 늙은 가로등과 시인의 반응이다. “눈도 한 번 깜박 않는 가로등"은 세상의 무심함이자 관조의 상징이다. 반면 시인은 “황급히 뒷머리 감싸 쥐고 공처럼” 움츠러든다. ‘공’이라는 비유는 의미심장하다. 낮에 자신이 내려친 대상이던 공, 이제는 그처럼 가만히 있는 상태로 자신이 되었다는 사실. 그것은 무력화된 자아의 모습이며, 동시에 전환의 순간이다.

마지막 연은 시의 정서적 절정을 이룬다.
“더, 더, 더 / 하지 않겠소 / 가득 채우지 않겠소.”
이 절제된 고백은, 삶에 대한 욕망, 더 많이, 더 높이, 더 세게 향하던 행로에 대한 후회이며, 이제는 멈추겠다는 참회의 언어다. 물리적 욕망과 정신적 과잉을 모두 내려놓고, ‘엎드린다’는 것—그것은 굴복이 아닌, 회복을 위한 시작이다.

마무리
〈벌거숭이〉는 인간 존재의 알몸을 드러낸 시다. 천둥 아래 드러난 부끄러움, 잔디처럼 엎드려 깨닫게 되는 삶의 민낯. 그 끝에서 시인은 말한다. 더 이상 채우지 않겠다고, 이제는 덜어내겠다고.
이 시를 읽는 우리는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짓밟고 여기까지 왔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얼마나 더 채우려 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시인의 고백이 곧 독자의 고백이 되도록 만든다.

Total 1,051건 6 페이지
시마을동인의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01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04-28
800
봄잔 댓글+ 5
이시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04-27
799
명함타령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4-23
798
벚꽃 피면 댓글+ 6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4-21
7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04-19
796
아이야 댓글+ 9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4-16
79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04-15
794
잠수교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6 03-30
793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 03-28
792
나이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03-25
791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3-25
790
비금의 계절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7 03-21
789
아해야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3-19
78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03-18
열람중
벌거숭이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0 03-14
786
구름 고향 댓글+ 4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03-09
785
오늘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2-29
78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02-28
783
정월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4 02-24
782
목어目語 댓글+ 2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4 02-21
781
갓바위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8 02-15
7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8 02-05
779
싸락눈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2-03
778
고사리목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01-26
777
모래 경단 댓글+ 3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4 01-20
776
두 사람 댓글+ 3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1-20
775
낙타 댓글+ 2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1-13
774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1-12
773
비빔밥 댓글+ 1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1-08
772
희망봉 등대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1-05
771
시(詩) 댓글+ 6
김용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3 01-02
77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01-02
769
숨과 쉼 댓글+ 8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12-30
768
눈 송아리 댓글+ 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0 12-30
767
눈 오는 밤 댓글+ 7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7 12-23
766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12-22
765
동백 아가씨 댓글+ 4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5 12-19
764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12-13
763
맛집 옆집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4 12-12
762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12-10
761
완벽한 계절 댓글+ 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12-05
760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2-05
7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12-04
758
낙엽이 질 때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2 12-04
757
억새 댓글+ 8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6 11-25
756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11-23
7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11-22
754
겨울장미 댓글+ 5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0 11-18
753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11-15
752
장독대 댓글+ 6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11-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