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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쓰는 편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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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12회 작성일 23-03-12 05:20

본문

그대에게 쓰는 편지 1

                                             /장 승규



남국

여기는 지금 가을입니다 

이 땅에는 가을이 하도 짧아서

단풍이 있는 듯 없는 듯

가을이 와도, 가을 같지가 않습니다 


가슴에 감나무를 심은 뜻이 

감이겠습니까

딱 한 그루 심었는데요

지난 여름 내린 우박알이 하도 커서 

올해는 나의 뜰에서 그대를 보지 못할까

이 가을이 두렵습니다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여기서 서른다섯 해 


가을이 와도, 온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남아공 서재에서 2023. 3.10)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남국의 가을, 그리움의 감나무를 심다 – 장승규의 〈그대에게 쓰는 편지 1〉을 읽고
장승규 시인의 〈그대에게 쓰는 편지 1〉은 단순한 계절의 묘사가 아니다. 이 시는 남반구 요하네스버그에서 보내는 한 편지글 형식의 시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그리움, 그리고 삶의 한 자락에 남겨진 빈자리를 섬세하게 떠올리게 한다.

“남국 / 여기는 지금 가을입니다”
시인은 이 첫 문장에서 공간과 계절을 모두 규정한다. 남반구에 살고 있다는 고백은, 이 시가 먼 곳에서의 '그리움'과 '다름'을 전제로 한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한국의 가을과는 다른 남국의 가을. 그것은 생태적으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허전한 계절이다.

“단풍이 있는 듯 없는 듯 / 가을이 와도, 가을 같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가을 같다’는 것은 단지 날씨의 감상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에 관한 말이다. 이국에서 살아온 세월은 자연의 변화조차 피부로 와닿지 않게 만드는 무감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시인은 계절을 감각하지 못하는 자신을 통해, 삶에 스민 ‘이방인성’과 정서의 고립감을 드러낸다.

“가슴에 감나무를 심은 뜻이 / 감이겠습니까”
이 질문은 비유적 전환의 정점이다. 여기서 감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그리움과 정체성의 상징이다. 고국을 떠난 시인의 마음속에 심긴 감나무는,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간절함이며, 그 뿌리는 ‘고향’, ‘기억’, ‘그대’다. 그러나 그 감나무마저 우박에 상해버렸다는 말은, 지키고자 했던 그 감정조차 상처 입고 흔들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올해는 나의 뜰에서 그대를 보지 못할까 / 이 가을이 두렵습니다”
여기서 ‘그대’는 실재하는 어떤 인물이자, 추억과 의미의 총체일 수 있다. 뜰은 단순한 정원 공간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이고, ‘그대’는 그 마음에서 열매를 맺고 피어나야 할 감정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존재가 사라질까 봐 두렵다.
그리움은 이처럼 ‘기억하고 싶음’이 아니라, 사라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서 더 절실해진다.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는 것은 / 무슨 까닭입니까”
이 구절은 시인의 노화와 체념, 혹은 삶의 느슨해짐에 대한 직감적인 표현이다. 더 이상 조이거나 억지로 단단해지려 하지 않는 삶. 시간이 흐르며, 다짐보다는 놓아버림과 받아들임의 자세가 중심이 되어간다. 그 느슨함은 비단 육체의 변화만이 아니라, 정서적 유연함이기도 하다.

“여기서 서른다섯 해 / 가을이 와도, 온 것 같지가 않습니다”
마지막 두 줄은 깊은 허전함을 머금고 있다.
35년을 이국에서 살아왔지만, 계절조차 마음에 안착하지 않는다.
가을이 와도 느껴지지 않는 감정,
그것은 삶이 어떤 핵심을 잃었다는 느낌, 혹은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사람의 자신에 대한 의문이다.

마무리
〈그대에게 쓰는 편지 1〉은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망향의 정서, 그리고 세월이 더해질수록 깊어지는 공감각적 외로움을 고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시는 크게 소리치지 않지만, 단풍이 없는 남국의 가을처럼, 그 감정은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매해 느끼는 계절이 당연하지 않음을,
그 계절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이 시는 조용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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